내년 호치민 엑스포 이후 정부의 국비지원 못 받아 중장기 계획·자생력 확보 필요

머지않아 천년고도 경주는 팝콘처럼 환하게 핀 아름다운 벚꽃들로 꽃 대궐을 이룬다. '경주타워'가 자리 잡고 있는 엑스포공원도 다양한 볼거리와 편안한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봄맞이에 나섰다.

지난 5일부터는 관람객들이 연중무휴로 엑스포공원을 찾을 수 있도록 상시개장을 시작했다. 별다른 국제행사가 없는 올 한 해 동안 특화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과 만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달 10일부터 매월 한 차례 개최하는 문화장터 '아리랑 난장'이 눈에 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아리랑 난장'이 벼룩시장, 문화·예술 공연이 함께 하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크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무용극 바실라, 넌버벌 퍼포먼스 플라잉 등 한층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고 자랑한다.

내년 11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릴 예정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도 준비하느라 여느때 처럼 분주하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난 1998년 제1회 엑스포 개최 이후 지난해 열린 '실크로드 경주 2015'까지 총 8차례 엑스포를 개최했다. 2006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2013년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 해외 현지 개최도 두 차례나 된다. 그동안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글로벌 문화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이후부터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준비하는 대규모 행사의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의 '국제행사 일몰제' 때문이다.

'일몰제'는 정부가 10억원 이상의 국고지원을 7회 이상 받은 국제행사는 원칙적으로 국비지원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경우 지난해 개최한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까지 6차례 국비를 지원 받았다.

이에 따라 호치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호치민시 행사 이후 국비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재정부담 가중 우려도 자연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통상 30억원 정도로 지원된 국비를 충당하기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재정형편이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자체수입으로는 인건비 등 법인 운영경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취약한 재정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최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경주시의회에 보고한 올해 재정규모 편성에서 자체수입은 10억6천600만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자체수입은 인건비 등 법인 운영비 37억4천300만원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국제행사 일몰제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으로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주엑스포는 국비 지원이 중단될 경우에 대비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처럼 취약한 재정구조로는 존립자체가 불투명해 자생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콘텐츠에만 의존하는 행사를 지속할 경우 볼 만한 콘텐츠가 실종됐다는 관람객들의 볼멘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글로벌 문화 브랜드라 자평하는 경주엑스포가 '동원 관람객'들로 채워졌다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