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회적 약자들도 총선 첫 사전투표

▲ 지난 9일 대구시 서구의 한 투표소에서 지체장애인 김주현씨가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도 사전 투표에 나서며 선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장애와 언어는 걸림돌이 아니었다.

총선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9일 대구의 중증장애인 1명과 귀화 외국인 1명이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이날 오후 2시 30분.

사전 투표소가 마련된 대구시 서구 중리동 한국섬유개발연구원 1층 입구.

한 간병인이 걸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을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다.

휠체어에는 김주현(38·서구)씨가 앉아 있었다.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인 김씨는 겨드랑이 위로만 감각이 있어 휠체어로만 이동할 수 있다.

김씨는 "몸이 불편해도 투표를 해야 언론을 보며 정치인들 비판할 권리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힘겹게 투표장에 들어선 김씨는 투표용지를 신중히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를 마친 김씨는 빙그레 웃었다.

간병인과 같이 입구를 나서며 뿌듯한 표정이었다.

이에 앞서 30분 전 이 투표소에는 다문화 가정 부부도 도착했다.

귀화한 필리핀인 마리아(45·서구·여)씨가 남편의 도움으로 선거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
▲ 지난 9일 필리핀서 귀화한 마리아씨가 서구의 한 투표소에서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마리아씨는 필리핀에서 귀화한 한국인이다. 그동안 재보궐 선거 투표는 해봤지만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 투표는 처음이다. 마리아씨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다.

한국인 남편과 지난 2006년 결혼해 3남1녀를 둔 마리아씨는 이번 선거에서 한표를 행사하기 전 남편과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의논하고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들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간 마리아씨는 본인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테이블에서 금세 신분증을 읽어내는 기계가 신기한 듯 바라봤다.

한 투표참관인은 한글로 투표 용지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곧 마리아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씨는 기표소로 들어가 투표를 마치고 나왔다.

투표를 끝낸 마리아씨는 "남편의 충고 덕분에 다문화 가정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후보를 선택할 수 있었다"며 미소지었다.

서구 상중이동 투표소에 따르면 이틀 간 장애인과 귀화외국인 10여명이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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