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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을 기다리고 인내해 준 유가족들과 사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2003년 2월18일 대구는 지하철 화재참사로 192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도시 전체가 집단 패닉 상태에 빠졌고, 전국적으로 큰 상처를 남긴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참사의 상처를 치료하고 피해자들과 유가족을 돕기 위한 재단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쉽게 이뤄지지 못한 채 13년의 세월이 지났다.

다행히 지난 11일 국민안전처가 2·18안전문화재단 설립을 허가했으며 초대 이사장으로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22일 김 교수의 영남대 연구실을 찾아 앞으로 운영될 재단 청사진을 들었다.

김 교수는 사고 당시 실종자인정사망위원회에 참여했으며 오랜기간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재단은 피해자 단체 5명, 공익 관련 인사 6명 등 이사 11명과 시와 재단에서 각각 1명씩 추천한 감사 2명 등 총 13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김 교수는 2008년 재단 설립 논의 과정에서 이사장으로 선임됐지만 시와 재난피해자 측의 갈등 등으로 재단 자체가 설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당시 대구시의 소극적인 대처와 잦은 태도변화를 지적했다. 그 결과 피해자들과 골이 더욱 깊어져 피해자 단체 간에도 입장에 따라 시각 차가 커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끊임없는 소통으로 피해자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 재단이 출범할 수 있었으며 권영진 시장의 해결의지도 힘이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재단은 참사 피해자를 위한 국민성금 중 사고 수습에 사용하고 남은 113억을 활용,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피해자들을 위한 장학 및 안전복지사업, 안전·방재 관련 학술연구 및 기술지원 사업, 시민 안전문화 활동 육성, 추모공원 조성 등을 추진한다. 

김 교수는 구체적 사업과 함께 재난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고 피해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김태일 교수는 "재단은 다른 누구도 아닌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독립된 기구"라며 "피해자들은 물론 대구시 전체가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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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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