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껴안는 독자적 통일보다 정밀한 전략으로 강대국 상대 한국 무시 우방국에 각오 보여야

최근 미국을 뒤흔드는 대통령 선거의 판도는 도널드 트럼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4년마다 치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새삼스럽게 세계의 언론을 휘황찬란하게 수놓는 것은 트럼프의 기행과 말 실수 그리고 그가 내놓은 공약의 파격 때문이다. 그의 파행이 상식적이지 않아 많은 사람은 그간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런 그가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후보로 결정됐다. 아직도 그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는 부정적이어서 공화당 진영의 상당수 인사들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주 판 '이코노미스트'는 표지에서 '트럼프의 승리, 미국의 비극'이라고 쓰면서 관련 기사 첫 소제목을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공화당과 미국을 위해서는 재난이다'라고 뽑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통령 당선은 상당한 부문에서 실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미국의 텃밭에서와는 달리 많은 주변국들은 이런 가능성을 바라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트럼프와의 인맥이 없어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내며 허둥대고 있는데, 트럼프가 한국을 비롯한 미군 주둔 지역에서 미군의 체재비 부담을 전적으로 지운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 울타리를 치고 자국민들에게는 모든 지원책을 쏟아 넣는 반면 이웃나라들에 대해서는 이민을 통제하고, 일자리를 자국에 펼치며, 무역장벽을 설치하는 미국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에 대해 미국 사람들은 열광하면서 미국 제일주의의 꿈을 독선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일부는 그 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더러는 그의 주장이 완화되기만을 수동적으로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지금까지 우리의 대외정책은 미국은 갑으로서 강력한 요구를 해오고 우리는 을로서 굴욕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역발상은 어떨까. 그들의 정책과 이념이 지닌 강·약점을 파악해 우리의 요구를 그들의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의 공약대로 공세적이고도 패쇄적으로 우리나라에 미군 주둔의 비용을 대라고 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 미군의 철수를 들먹일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선호하면 이런 미국의 요구는 울면서 먹는 겨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미국의 핵우산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자국 보호 및 세계 운영의 차원에서는 바로 미국 안보의 문제이다. 동시에 유라시아의 영향력 교두보로서 한반도는 그들에게 전략적 요충지이다. 그들에게 이런 점을 적시하며 당당히 흥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안보가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변화의 외교로 보여줄 일이다. 우리나라의 보위는 미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로 확보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이제 독자적으로 북한을 껴안고 통일을 이루는 일에 보다 더 정밀한 전략을 갖고 강대국들을 상대해야 한다. 트럼프가 아니라 누구라도 한국을 무시하는 우방의 국가 원수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릴 각오가 있음을 단호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난했지만 강력했던 초대 대통령과 같은 힘찬 외교력을 일궈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그 어떤 강대국도 이런 한국의 단결된 국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고 불원간 붕괴될 북한과의 통일도 주도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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