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철기자

민선 지방자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선거로 인한 지역 주민들간의 심각한 갈등은 어느 시군이나 반드시 풀어내야할 최대의 숙제다.

인구 6만이 채 되지 않는 예천군의 경우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단체장 선거는 고사하고 인구 2~3천명에 불과한 작은 면소재지에서도 군의원 선거 이전에는 모두가 ‘아재’, ‘아지매’하며 가족보다 가까운 정을 나누는 이웃사촌이었지만 몇번에 걸친 선거는 이웃을 돌이킬 수 없는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예천군은 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에 출마했던 일부 전 현직 인사들이 직·간접적인 선거 후유증으로 사법기관에 구속되는 사례까지 빈번히 발생해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일들이 끊이질 않게 되면서 민심은 사분오열 되고 말았다.

비록 선거때는 다른 후보자를 지지했다 하더라도 당선자는 낙선자를 포용하고, 격려하며, 낙선자 또한 당선자를 인정하고 축하해 줄줄 아는 성숙된 시민의식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선거 이전의 살갑던 이웃으로 다시 돌아 갈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데 을유년 새해를 맞아 군민화합의 기운이 봄날 들녘의 아지랭이 마냥 모락모락 피어나 군민들은 물론 출향인들을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향토 출신 오창근 총경이 예천 경찰서장으로 부임하면서 김수남 예천군수와 함께 손을 잡고 지역발전을 위해 뜻을 모으기로 합의한 뒤 첫번째 과제로 모두가 하나되는 군민 화합을 약속 했기 때문이다. 물론 둘의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 믿는 군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서장 취임이후 열흘여만에 김수남 군수가 출근시간 전에 경찰서를 전격 방문, 오서장과 함께 30여분이 넘도록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모든 지역 행사장에 함께 손을 잡고 빠짐없이 참석하며 지역갈등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는 소식에 군민들은 희망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를 풀뿌리 민주주의라 표현하는 것은 민초들이 모든 일에 주인이 되는 것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경제가 조금은 어려우면 어떠냐, 군수와 서장이 한뜻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손잡고 뛴다면 예천은 정말 살만한 고향이 될꺼라”는 군민들의 기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1년여 넘게 남은 또 한번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선거로 인해 군민들이 둘로 쪼개져 버린다면 우리 모두는 고향의 인심마저 영원히 잃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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