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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보림사 주지 남도스님
[만났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보림사 주지 남도스님
  • 배준수 기자
  • 승인 2016년 06월 06일 16시 36분
  • 지면게재일 2016년 06월 06일 월요일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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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낳은 장애아 30명이 바로 부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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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도 주지스님이 대구 수성구 룸비니 동산휴게실에서 한 원생을 안고 활짝 웃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2동 수성대학교 맞은편 산 아래 동네 대구판 비벌리힐스(Beverly Hills)가 있다.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배우들이 살 것만 같은 고급 주택이 여러 채다. 그 옆에는 생뚱맞게도 웅장한 대웅전을 갖춘 대한불교조계종 보림사라는 사찰이 자리잡았다.

주지 남도스님이 1999년 5월 설립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룸비니(Lumbini) 동산'이 또 있다. 기원전 623년에 부처가 태어난 곳인 불교 성지 룸비니에서 따온 곳이다. 지능이 많이 떨어지거나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없고 걷지조차 못하는 중증장애인 30명의 보금자리다. 10살부터 30살까지 16명의 남성 장애인과 14명의 여성장애인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12일 정오께 찾았더니 170㎝의 키에 날렵한 몸매, 얼굴이 영화배우 율 브린너 (Yul Brynner)와 꼭 빼닮은 남도스님이 맞이했다. 수차례 취재를 고사해온 남도스님을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룸비니 동산의 아이들이 바로 부처님이다"고 했다. "부처는 흔들림 없는 고요함 그 자체여서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도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을 보탰다. "마음으로 보듬은 30명의 자식(?)이 부처이고, 신도들이 부처를 대하듯이 아이들을 대하면 그것이 바로 극락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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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비니동산에서 원생들과 산책을 산책을 즐기고 있는 남도스님

룸비니 동산 2층에서는 장애인들이 특식으로 나온 김밥을 먹고 있었다. 일일이 이름을 불러가며 상태를 살피던 남도스님이 17년간 보살핀 뇌성마비 장애인 석선재(24)씨의 휠체어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한시도 쉬지 않고 손가락 돌리기에 심취해 있던 선재씨에게 "행복한 아이"라고 했다. 또 "윤부선 복지사 선생님만 좋아하는 남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999년 만촌1동 포교당 시절 남는 방을 활용해 선재씨 등 7명의 아이를 보살핀 게 지금의 룸비니 동산이 됐다고 했다. 그는 출가 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나와서 강원도 원주 치악산 골짜기에 있는 중증장애인 시설인 승가원 소쩍새 마을에서 수행했는데, 지적장애 쌍둥이 형제 대한이·민국이와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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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대한이가 7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해 마음속에 상처도 남겼다. 소쩍새 마을을 나와 대구에 포교당을 만들었을 때 홀로 남은 민국이를 가족으로 들인 후 6명의 아이가 더 들어왔다. 그때 선재씨도 남도스님의 마음으로 낳은 아들이 된 것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울 능력조차 없었던 가난한 부모들의 선택이었다.

남도스님은 "소쩍새 마을에 가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깊었다.돌아보니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고 정도의 차이만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장애인이 살기 편해지면 비장애인의 삶의 질은 더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장애아이들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승려가 제일 싫어한다는 질문도 했다. 왜 출가했냐고. 속세나이도 덧붙여서다. 고교와 대학시절부터 불교가 마냥 좋았다는 56살의 남도스님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출가였다"며 "자칫 대접 받는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성직자가 아니라 '수행자'인 내가 너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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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베풀고 낮추고 봉사하는 사람이란다.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라고 했던 남도스님은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 마음을 내려놓으면 장애가 치료된다"며 "착하게 살면 어리석다고 보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마음 내려놓기를 방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자비와 고행으로 대변되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사회개혁운동가인 부처의 80년 삶을 부처님 오신날 하루만이라도 되새겨보길 주문했다. 카스트제도와 여성차별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인도에서 남녀평등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 부처를 꼭 닮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남도스님은 "5월 14일 꼭 하루만이라도 우리 모두 부처가 되자"고 주문했다.

남도스님은 "나는 주지이지만 보림사의 신도가 몇 명인지도 모른다. 그걸 아는 것조차도 집착과 욕심이 된다"면서도 "어린이날에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금일봉과 학용품을 선물했는데, 기존 후원하는 신도들 외에 외부 기관장이 찾아와 사랑을 베푼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윤 고검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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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 주지, 룸비니 동산 설립자 남도스님은 "중증장애아동 1명을 내가 대신 보듬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 가정이 살아난다"면서 "신도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아픈 발을 바로잡는 수술을 해서 친엄마의 품으로 간 중학생 승일이가 보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그에게서 부처의 자비가 보였고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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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배준수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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