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김해공항 확장안' 공식 거부…25일 진상규명 촉구대회

남부권 신공항이 떠난 영남권에는 갈등과 분열만 남았다.

지난 10년간 기대에 부풀었던 밀양과 가덕도에는 좌절과 분노의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남부권 신공항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정부의 경제성을 가장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지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신공항을 대선용 선심성 공약으로 부활시켜 영남권을 우롱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신공항 추진이 김해공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을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부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애초에 김해공항으로 확정하면 될 것을 10년간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경쟁시키며 지역간 분열을 조장하고 대선 등 각종 선거에서 선심성 공약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용역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했던 지방자치단체장 등 지역 정치인들은 중앙정치에 등이 떠밀려 유치전에 나섰다. 촛불을 들고 유치전에 참여했던 주민들 사이에 '지역 감정'이 생겼다.

따라서 신공항 유치추진 지자체와 추진위가 정부 결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여 정부와 지역간 갈등이 구체화되고 있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3일 정부가 발표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거부키로 공식 결의하고 25일 오후 5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남부권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촉구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용역결과 검증을 요구하는 등 신공항 결정 불복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결정으로 새누리당은 텃밭인 영남지역의 분열을 막았지만 반대로 두 지역 모두의 지지율에 손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 이후 TK와 PK지역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지난 20∼22일 전국 1천526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3%포인트 하락한 35.1%를 기록했다.

특히 TK에서 8.3%포인트, PK에서 5.1%포인트씩 각각 지지율이 빠져 신공항 발표와 관련됐을 것으로 리얼미터는 추정했다.

밀양 후보지역에는 그동안 투기로 인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가 후보지가 무산되면서 급락하는 등 지역사회가 일대 혼란을 겪는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공항 관련 일련의 과정이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관리와 지역발전 문제를 조화롭게 풀지 못한 역사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신공항 유치추진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지자체의 반발을 우려해 정부의 시각으로 지방을 무시한 채 어중간하게 결론을 낸 결과"라며 "애초에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사안을 부활시킨 것이 정치권의 '원죄"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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