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과 행동 세계관에 맞게 조율

▲ 악(樂)은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데에서 유래했다. 하늘과 땅, 산과 물이 서로 잘 어울리듯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모든 존재를 아름답게 화합시키는 예술행위이다. 고증을 거쳐 경주시가 복원한 신라금(新羅琴). 경주시청제공

이전 글에서 언급한 인의와 예악이 워낙 중요한 개념이므로 본회에서 그 대의를 거듭 부연하고자 한다. 일연선사는 삼국유사 기이편 서문에서 "옛날에 성인이 예악(禮樂)으로써 나라를 일으키고 인의로써 가르침을 세웠다(禮樂興邦 仁義設敎)"라 하였는데 실로 유교도학정치의 핵심을 찌른 금쪽같은 말씀이다. 예악을 정비하는 일은 한 국가를 경영하는 최고의 문화사업이다. 예(禮)는 기본예절이나 관혼상제 같이 개인이나 가문의 행위를 규제하는 예의(禮儀)에서부터 향사례(鄕射禮)·향음주례(鄕飮酒禮)처럼 한 고을의 풍속인 예속(禮俗), 길례·가례(嘉禮)·빈례(賓禮) 같이 한 국가의 예법에 관한 방국례(邦國禮)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방종하고 나태하기 쉬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천지와 인간에 관한 당대의 세계관에 맞게 조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의 조화와 질서가 중요하고 공경하는 마음씨가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악(樂)은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데에서 유래하였는데, 하늘과 땅, 산과 물이 서로 잘 어울리듯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모든 존재를 아름답게 화합시키는 예술행위이다.

예로부터 예와 악은 수레의 두 바퀴나 새의 두 날개처럼 보완관계였다. 왜냐하면 둘 다 조화와 질서를 지향하고 있고 천지와 인간의 본성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예의 본질은 분리하는 것이고 악의 본질은 같게 하는 것이라,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남녀노소 등으로 분리를 하면 질서는 있으나, 관계가 소원해지며, 모두 모여 춤추고 합창한다든지 하며 같게만 하면 방종에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중국 고대의 소위 성군이란 분들은 모두 자신의 치세를 대변하는 예악을 정비하였다. 예컨대 요임금은 대장(大章), 순임금은 대소(大韶)라는 음악을 일으켰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진흥대왕이 우륵에게 음악을 배우게 하여 신라의 국악(國樂)을 열었고 세종대왕은 직접 보태평·정대업·여민락 등의 정악을 작곡하여 왕도정치를 완성하려 했다.

인(仁)은 공자가 가장 중요시한 덕목이다. 인의 의미를 경전에 나타난 흔적을 가지고 살펴본다면, 역행(力行)·극기(克己)·박애(博愛)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인류에 대한 넓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성실성이 가득한 사랑이다. 자기에게 잘해준다고 좋아하고 조금 못해준다고 미워하는 변덕스런 사랑은 아니다. 공자는 선비란 매사 인(仁)에 의지하라고 하셨다. 여기서 인에 의지한다는 의미를 살펴보자. 지금 13명의 북한소녀들이 국내에 들어왔는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과연 자의에 의한 탈북인지 강제 탈북인지 법원에서 가리자고 난리다. 만일 자의로 왔다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고 타의로 끌려왔다면 북한에 돌려보내야 한다. 이 같은 일의 판단기준은 인간에 대한 사랑, 즉 인에 의지하면 바로 해결된다. 복잡한 말이 필요 없다. 현대사회의 판단기준은 이익과 이해관계다. 그래서 세상은 살기 힘들어졌다.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아끼지 않고 나라와 어려운 이웃을 위하는 인물을 우리는 의인(義人)이라 부르며 존경한다. 나라에는 인자(仁者)와 의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일연은 옛 성인이 인의로써 국민교육을 실시하였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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