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위기로 휘청 과욕 버리고 역량을 집중 즐겁게 일하면 결과 풍성

최근 조선해운산업의 위기로 한국이 휘청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업의 선도국으로 조선업의 명운을 거머쥐고 있다던 한국이 하루아침에 선취권을 빼앗긴 정도를 넘어 국가경제의 몰락을 걱정할 위기를 자초하다니? 이게 무슨 변고인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엎치락뒤치락 부도 위기를 다투는 형국은 한국해운의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바다 위 선박의 지배권은 18세기부터 영국을 포함한 유럽이 200여 년 간 지배했다. 1950년대 부터 일본이 조선업 1위 자리를 넘겨받아 40년 간 경쟁력을 유지했고, 2천년이 다돼 그 주도권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한국은 안타깝게도 그 권력을 10년도 채 지키지 못하고 이제 중국으로 그것을 넘기게 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예상치 못한 한국 조선업의 몰락은 구조상 한계가 그 내부에 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머리 없는 몸통만 키운 한국 조선업 정책이었다. 핵심사업은 도외시하고 양적 팽창만 중시한 것이다.

배를 만들거나 해양 시설물을 조립할 때 핵심은 설계라고 한다. 이 설계를 바탕으로 자재를 구매해서 틀을 만들고 사람을 써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조선업 즉 해양플랜트이다. 물론 설계 시 전문기술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최상으로 실현하기 위해 자재나 인력 혹은 기술과 관련된 사항들을 직접 고르는 권리를 행사한다. 따라서 이에 따른 실질적 이득은 설계자가 차지하며, 그들의 요구는 플랜트 수주의 손익과 무관하게 보장된다. 해서 플랜트를 수주한 한국기업은 겨우 인건비만 건지는 정도가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한국이 만든 LNG선박의 마진율은 한국이 7%정도를 가져올 때 프랑스는 핵심 기술료로만 5%를 챙긴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장삿속도 명민하지 못하다. 지금 조선업에서 부실의 문제가 된 용선료는 경기가 좋을 때 운반물량 확보를 위해 국내 선사들 간에 경쟁적으로 계약을 과다한 금액으로 성사시켜 놓은 애물단지 족쇄이다. 경기지표의 변동 가능성을 무시한 어리석음의 대표적 예이다. 이런 비현실적 한국 조선업의 문제점은 허울을 중시하는 과욕에 있다. 더하여 공적 자금을 공짜 자금으로 여기는 일부 재벌기업인들과 권력 극대화를 꿈꾸는 대기업 노조의 도덕적 해이는 현안인 조선업의 부도를 야기한 원흉이다. 관계자들과 조선업체가 신경 써야 할 일은 조선업의 기초인 설계와 기본 기술의 튼실한 배양이다.

산업계와 과학 분야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 또한 조선업과 무관하지 않다. 매년 12월이 되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수상자가 없는 한국은 매년 마음을 졸이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안타깝게도 매년 기대는 탄식으로 변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이 자연스레 든다. 우리는 노벨상이라는 거창한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에 도리어 노벨상 수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수상자들의 공통된 한국 방문 소감이다.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서는 쓸 수가 없다. 바늘귀에 실을 꿰듯 까다롭고 지루한 기본기 훈련의 과정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놓치고 있다. 다시 각 분야의 기초지식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면 좋은 결과는 자연히 주어진다. 이제 조선업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기본기술을 다시 챙기자. 또 과욕을 버리고 일하는 즐거움에 우리의 가치를 두자. 즐거움이 지극해지면 결과는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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