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사람이 모이면 돈이 보이며 그러면 소비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소비는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에는 사람이 모여들지 않고 있다.

대구는 젊은이가 떠나고 있으며 경북은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활기를 잃은지 벌써 오래됐다.

따라서 대구경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의 산업구조에서부터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렇지만 희망의 빛도 조금씩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홍 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을 만나 ‘대구와 경북 발전의 걸림돌’은 무엇인지, 그리고 ‘윈-윈 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지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홍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약 력

△45년생 경북 포항 출신

△서울고·서울대 상대 졸업

△미펜실베니아 대학원 경제학 박사

△국토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

△대통령 비서실 경제 비서관

△건설교통부 차관보 △영남대 객원교수

△인천대 제3대 총장 역임. 저서로는 ‘포항, 포항인, 포항의 미래’와 ‘홍철의 국토개조론’ 등이 있다.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수도권과 서울을 제외하고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부산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발전 가능성이 보이고 항구가 있다. 부산은 영화와 컨벤션 산업 등 소프트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 대전도 서울과 가깝다는 점도 있지만 R&D특구 개발로 시대에 맞아 떨어졌다. 또, 인천은 수도권이고 중국의 급성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구는 지금까지 별다른 특색 없이 사실상 방치되어 왔으며, 활력이 없다. 말하자면 비전이 안보인다.

이제, 새로운 틀을 짜야할때가 왔다. 새틀을 짜는 것은 쉽지 않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것, 말하자면 기존의 제조업을 첨단고부가화 산업으로 잘 엮어가면서 활용하면 된다. 섬유도 옛날 방식으로는 안되며, 기계 금속도 일본은 달아나고 중국은 쫓아오는 만큼 새로운 소재부품 개발이 시급하다.

두 번째로 생각을 바꿔야한다. 지역의 보수성이 반드시 나쁜것만은 아니다. 보수성 가운데 일반성은 유지하되 경직성을 바꿔야 한다. 다시말해, 남을 인정하는 유연한 사고로 변화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과 혁신이 말로는 쉬워도 실천은 어렵다. 변화는 고통이 따르나 고쳐야 될 사고중의 하나다.

■교육도 고부가 산업이다

젊은이들이 도시를 떠나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찾아올 사람이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대구는 교육도시로 유명하다. 그러나 교육을 산업화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교육으로 유명한 도시는 유학생 등을 유치해 엄청난 산업효과를 보고 있다. 영어마을 등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

■대구 경북 갈등을 빚어서는 안된다

대구·경북이 통합이 안된 이상, 서로간의 선의의 경쟁은 어쩔수 없다.

최근 양 자치단체간에 협조분위기로 상당이 접근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견은 있을수 있어도 갈등까지 빚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연구단계에서부터 대구경북의 협조와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성의 문제등을 논의 하고 검토 및 조정해야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대구경북 연구원부터 과제를 수행할 때, 바뀔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구 경북간 협력기구로 대구경북 발전 협의회와 대구경북지역 혁신 협의회 등이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현안문제 조율에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협의회 들이 아직은 초기단계로 정착이 되면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다. 특히, 지역혁신협의회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사안별로 공개하고 공론화 해서 어떻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느냐 이며, 이를 잘 해결해 나갈 경우 시스템 구축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안된다고 너무 나무라지말고 기대를 해보자.

■특작물 중심 농업경쟁력 높여라

기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넓은 농토를 가진 나라와 경쟁을 하는 것은 당초부터 무리이다.

정보는 차치하고 인건비 등에서도 경쟁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경북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특작물을 중심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토록 유도하고, 유통경로를 정보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내에는 산악이 많은 만큼 문화와 환경을 접목시킨 그린투어리즘을 확대해 농외소득을 올리도록 해야한다. 또 중부 고속도로와 내륙간 도로도 잇따라 개통돼 경부 북부지역에 기회가 오고 있다.

■대구, ‘기업하기 좋은도시’로

지금까지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가장 안된 곳 중의 하나가 대구다. 이런 마당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 지금까지 섬유산업이나 해온게 고작이지 않느냐. 다행히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세계화 시대에 대구시의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는 어차피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 조건이 있다.

공무원과 시민들이 기업 및 경제 마인드를 가지고 환영을 해야하며 우리 고객으로 생각해야 한다. 대구 지역은 이게 안되어 있다. 단지 시장과 간부 몇몇 사람들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 깃발을 들고 있는데 불과하다.

또 한가지 문제는 노사문제이다. 불법 노사문화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

파업이 장기화 되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무노동 무임금 등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

■영일 신항만 개발 서둘러라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개통은 새로운 시작이다.

경제적 통합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영일 신항만 개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한다. 포항 하나로는 환동해 경제권 중심 도시가 되기 어렵다.

포항이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영일 신항만 개발이 필수적이며 풍부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대구와 생산 기지인 구미를 반드시 업어야 한다. 따라서 대구-구미-포항간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대구와 포항, 구미는 서로의 보완적 역할을 해야하는 거대한 하나의 도시라고 보면된다.

■‘대구 경북 통합’ 때가 아니다

지금은 대구경북 통합을 주장할 만한 그런 시기가 아니다.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통합을 논의해 봤자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 경찰, 의회, 교육 등이 대구와 경북으로 나눠져 있다.

정치 행정적인 통합론보다 지금 당장 대구와 경북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현안문제부터 조율해 나가야 한다. 이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통합론으로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서야 되겠나.

대구경북 통합은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예술·과학기술중심 도시 건설 한뜻

경제가 어려운 것은 비단 대구경북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구가 비전이 없었다는데 있다. 내일의 비전이 있으면 오늘의 고통은 참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했다.

그나마 대구시가 2대 발전 전략으로 과학기술중심도시와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 전략은 맞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발전 전략이 시민들과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이 방면에 힘이 모아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도 아무런 특징없이 문화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분명한 컨셉을 선정해야 한다. 과학분야도 마찬가지다. 테크노폴리스를 조성하고 DGIST를 유치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목표설정도 중요하다. 그래야 흔들지 않고 전진해 나갈수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걸맞는 산업육성을 해야 한다. 공부를 하고 토론을 하고 시민들의 뜻이 한데 모아지면 못할 일이 없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