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이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내분으로 비화할지 주목된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13일 정부의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표명하자 곧바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이를 무시하는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발단은 문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문 전 대표는 “정부는 사드배치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먼저 국익을 충분히 고려한 종합적인 북핵문제 해법을 마련하고 그 틀 속에서 사드문제를 비롯한 종합적인 위기관리방안이 제시돼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 대표가 바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 발언을 반박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냐”며 “사드를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어”라고 비꼬았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재검토 주장과 국회 동의 필요 주장 등도 모두 일축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와 가까운 더민주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차기 유력주자이자 당의 얼굴인 문 전 대표에게 김 대표가 그와 같이 완전히 무시하는 예우를 할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14일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김종인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저는 상당히 아주 실망스러웠다”면서 “김 대표께서 이미 사드 배치는 장소까지 다 정해져 방법이 없다고 말했는데 나는 귀를 의심했다”고 쏘아붙였다.

안 의원은 “이것은 제1야당의 대표 지도자로서 할 말이 아니다”라며 “국민에게 손실을 끼치고 절차상에 하자가 있으면 야당 대표는 국민 목소리를 대신해 재검토해야 된다는 용기를 보여야 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주장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문 전 대표 손을 들어줬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정쟁을 없애기 위해 침묵을 강요해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 병영국가”라고 비판했고, 또다른 의원도 “김 대표의 사드 관련 발언은 우리 당 내의 공론화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인 나도 사드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김 대표를 공박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아직 김 대표의 발언에 재반박은 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자신이 영입한 김 대표에 의해 자꾸 곤경에 처하는 분위기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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