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에 동북아자치단체 사무국 설치해야
‘대구·경북 지역혁신협의회’ 주축 협력 모색을

이성근 교수

김천·구미, 경주, 동대구 등의 고속철 역사를 중심으로 한 배후지 건설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연계 교통망을 확충하고 관련산업을 입지시켜야 합니다. 앞으로 가족단위, 체험형, 체류형, 다른 분야와의 연계형 관광 등으로 관광 패턴이 바뀔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이같은 교통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발전을 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 합니다.

▲한=김 교수께서는 특히 지역의 교통문제에 대해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셨는데 고속철 개통으로 기능이 약화된 대구 공항을 비롯 지역의 공항을 지역 발전을 위한 관문으로 발전시킬 만한 방법은 없을까요.

▲김=영·호남의 허브공항 건설 최적지로는 영천 금호, 경남 밀양, 경주 안강, 경남 사천순이란 분석결과가 이미 나온 바 있습니다. 대구시는 이미 ‘대구비전 2020’을 통해 영천 금호에 영·호남 신국제공항 계획을 구상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산시가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이미 용역을 마무리한 상태에 있습니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울산과 경남 등 인근 시도와 전혀 협의하지 않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구의 2020 구상 중 신국제공항건설은 물건너 갑니다. 지금부터라도 대구시, 경북도, 울산시, 경남도, 부산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영남권 신공항건설 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야 합니다.

김재석 교수

영남권 신국제공항건설은 지구촌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2020년 마하 6의 항공기가 출현하게 되면 워싱턴에서 대구까지 6시간이면 충분합니다. 2050년이면 마하 15의 항공기가 개발될 예정입니다. 이 항공기로는 대구까지 2시간이 걸립니다. 이때에 국내는 경부고속철도가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고 신국제공항은 지구촌을 반나절생활권 시대를 창출하는 교통혁명을 완성할 것입니다. 이런 시대가 오는데 지금의 대구공항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갈수록 항공의 비중이 커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해야 합니다.

▲한=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환태평양시대와 환동해권시대를 대비한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의 국제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설명을 해주시죠.

▲이=경북도가 지난해 동북아자치단체연합 상설사무국을 유치한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이를 잘만 활용하면 지역 발전의 큰 기틀을 다질 수 있습니다. 일본 나고야 시의 경우 유엔 산하기관인 UNCRD(유엔지역개발센터) 유치를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유엔에 직원까지 파견해 결국 유치해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이처럼 경주나 포항에 동북아자치단체 상설사무국을 두어 국제화의 거점으로 활용하면 좋을 겁니다.

▲김=국제화와는 다른 측면이지만 저는 환동해권 시대 경북도가 구축해야 할 마스트플랜에 감포를 포항, 경주와 더불어 삼각벨트 축에 포함시켜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대구는 바다와의 접근로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고 해안선을 따라 지역마다 차별화된 역사·문화·관광·숙박·레저 등 다양한 ‘실크로드 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항의 경우 우선 환동해권의 허브 전략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사람이 몰려드는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하고 동해중부선 건설 등과 함께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선진국형 항구도시로의 개발을 서둘러야 합니다. 이와함께 역사·문화·관광의 메카인 경주와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공간구조로 재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경주가 갖고 있는 역사·문화·관광자원도 항구도시인 포항에 접속시켜야 합니다. 경주~감포~포항~영덕~울진을 잇는 실크로드 구축도 서둘러야 합니다. 국제화 시대에 맞춰 지역마다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세계에서 유례없는 랜드마크와 브랜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다품종 소량 생산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인 경주, 평화의 마을 감포, 동해안의 거점도시 포항, 영덕과 울진의 대게, 영덕 영해의 해상공원과 체육시설, 울진 청정지역 등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통합의 해안시대에 걸맞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저는 지난 해에 두 고속도로가 거의 동시에 개통됨으로써 환동해권 시대를 여는 큰 획이 그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포항 신항만, 울진 공항, 연구개발 특구, 동서고속도로 등을 연계해 발전 계획을 추진하면 가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한=우리지역 농업 발전의 방향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그린투어리즘 측면에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농촌문화와 접목시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관계를 다져야 합니다. 지금 농촌의 노령화문제도 심각하고 FTA협정 등으로 농촌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종래 SOC확충, 주거환경개선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추진해 왔으나, 이를 바꿔 도내 농촌지역 13곳을 신활력지역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3년간 60~9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농촌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은 영주의 경우 풍기인삼을 지역의 테마산업으로 육성하고 문경은 웰빙타운을 건설하는 것처럼 농촌의 잠재자원을 활용해 특화산업을 개발하고 자립형지방화를 도모하며 정주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관심을 대구로 옮겨볼까 합니다. 대구를 생각하면 우선 왜 이렇게까지 경제가 나빠졌나하는 자괴감마저 듭니다. 희망이 없을까요.

▲이=IMF이전 대구는 주택과 건설이 성장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후 대구의 주택·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역외 대기업들이 대구에 진출해 지역의 주택 건설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건설업체 육성이 시급합니다. 부동산 정책도 수도권과 달라야 합니다. 수도권은 투기가 문제되는 정책들이 지방에서는 활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융통성 있게 활용해야 합니다.

▲김=맞습니다. 지역경제의 기둥인 주택과 건설 부문에서 역외 기업들이 대거 대구에 입성해 있습니다. 지역의 자금이 역외로 급속히 유출되고 있는데 앞으로 과거의 청구나 우방에 버금가는 회사가 나와야 합니다.

▲한=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앞으로 대구와 경북의 협조관계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요, 이를 위해 두 지역이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면 좋겠습니까.

▲이=대구와 경북은 지난 해 지역혁신협의회를 공동으로 구성한 데 이어 한방산업,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대구와 포항의 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위해서도 노력을 함께 했습니다. 대구는 테크노폴리스를 계획하고 있고 경북도는 구미 산업클러스터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역 발전에 큰 기대를 가져다 주지만 이같은 계획들도 서로 협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덧붙여 경북도와 대구시는 서로 협조해 경산의 대학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산을 교육특구로 지정해 교육산업을 육성하고 신세대들이 좋아하는 소위 X스포츠 단지를 건설하는 등의 발상도 중요합니다.

▲한=대구와 경북의 통합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행정구역의 통합은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기능적, 경제적 통합은 사안에 따라 서로 협조하면 가능하고 또 이같은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대구와 경북이 ‘혁신 거버넌스’ 체제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와 경북이 지역혁신협의회를 함께 구성하고 경북북부지역 11개 시군이 또한 공동으로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해 전국적인 모범을 보였는데 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경남과 경북의 시군들이 모여 가야권 협의체를 구성한 것처럼 이같은 사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미시간 남동지역의 지방정부 10여개가 모여 SEMCOG라는 것을 구성하고 남캘리포니아 지방정부들이 SCAG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현안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권한까지 이양 받아 각종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한=또 화제를 대구를 비롯한 경북지역의 도시로 돌려보겠습니다. 우리지역은 물론 전국의 도시들이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 그건 무슨 말입니까. 김교수께서 이 분야를 전공하셨잖습니까. 말씀해주시죠.

▲김=도시발전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기형물은 크게 하드웨어적인 것과 소프트웨어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하드웨어적인 것으로 도시계획 부재, 철도, 건축물, 치수관리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국내의 도시들이 제대로 된 도시계획이 없기 때문에 도로망이 엉망인데다 도로율도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주차문제도 심각한 실정입니다. 또 도로가 친환경적으로 건설되지 못해 수자원 고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철도의 경우 대구, 경주, 포항 등 도심을 관통해 도시를 양분시켜 도시전체의 기형화를 초래하고 있고 건축물은 상업적 측면만 고려돼 콘크리트 일변도의 생명이 없는 구조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적인 기형물로는 도시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는 방음벽, 전주나 통신시설, 보행공간 부족, 교통 신호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설치되고 있는 방음벽 대부분이 민원 해결용이다 보니 기술적 고려가 전혀 없는 엉터리입니다. 방음벽은 콘크리트 보다는 흙을 이용한 방음둑을 만들어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전주나 통신시설도 선진국처럼 지하 공동구를 설치해 기형물을 제거해야 하고 녹지공간 확보에 나서야 합니다.

특히 우리지역은 도시의 공간구조 개선이 시급합니다. 공간구조 개선은 내륙시대를 마감하는 환동해권, 환황해권, 환태평양시대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구의 경우 방사순환형과 격자형 도시공간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단핵 중심에서 다핵중심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또한 직장과 주거가 분리되는 선진형벨트를 구축해야 하고 인근 경북지역과 공동번영을 꾀하는 방향으로 공간구조 재편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북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주는 역사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면서도 환동해권 시대에 걸맞는 도시공간구조의 재편이 필요하고 포항은 국제적 항구도시로 발전하도록 재편돼야 한다. 영덕이나 울진 등도 해양형 자립형 도시를 향한 공간구조로 바꿔야 하고 김천은 연기·공주 신도시와 연계해 도시공간구조를 송두리째 재편해야 합니다. 경북북부지역은 밀집형 공간구조보다는 평면적인 공간구조를 유지하고 도·농간 통합형 공간구조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장시간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새해에는 대구 경북이 두분의 말씀을 통해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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