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영 포항신중년사관학교 생도

천혜의 동해안을 끼고 있는 우리 포항은 구푱포, 도구, 영일대, 월포, 화진 등 많은 해수욕장이 있고 비교적 깨끗하고 긴 백사장으로 경북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많은 피서객이 모여들고 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이상 고온현상으로 해수욕장들이 예년보다 일찍 개장해, 해수욕장의 횟집도 활성화되고 있다. 포항~서울 KTX 개통으로 KTX를 타고 오는 외지 피서객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피서객은 포항지역의 해수욕장의 특성을 잘 몰라서 해난사고 예방 대책과 사고 발생할 때 응급대응 미숙으로 익사 사고 발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외지 해수욕객에 대한 포항지역 해수욕장 특성에 대한 사전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필자는 외지 피서객들이 잘 알지 못하는 역풍에 의한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자 본인이 겪은 사실을 공개한다.

지난 1978년 여름 포스코 재직 시 도구해수욕장을 하계수련장으로 지정해 운영하던 8월 10일 피서 차 해수욕을 하러 왔다가 점심을 먹은 후 오후 3시께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을 대형 고무 튜브에 태우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평소 수영에 자신이 있어 평상시에 바다에서 육지로 약한 바람이 불어오므로 깊은 데로 나가도 자연히 밀려 손으로 조금만 물을 저으면 육지 쪽으로 되돌아오게 되므로 안심하고 수영 경계선 끝에서 40m 정도 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해수욕을 즐기는 도중에 우리는 중간 수역에서 물놀이를 하는 수영객들에게서 떨어진 경계선 부근에서 10m쯤 반대편 동쪽 바다로 떠밀려 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역풍으로서 떠밀려 왔다고 판단하면서도 해안 쪽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해안에서 더 멀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구조해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손을 계속 흔들며 위험에 빠졌다는 신호를 보내자 포스코 안전 요원(현재 포항시의회 의원)으로 파견 나온 K씨가 준비해 간 밧줄을 허리에 감고 역풍을 이용해 수영 경계선에서 50m 떨어진 우리 튜브에 밧줄을 매어 줬다. 안전요원이 손을 흔들며 당기라는 신호와 함께 나의 아내와 해수욕객들이 해안에서 줄을 잡아당겨 줘서 백사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육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면서 딸도 졸도한 후 깨어났다. 그날 따라 파도가 크지 않았고 어린 딸이 아버지 말에 따라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해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다음날 지역신문에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역풍으로 10여 명이 해안으로 헤어 나오지 못해 익사했다는 기사를 봤다. 특히 8월 5일 이루 8월 말까지 불볕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는 이때 역풍은 항상 있어 왔고, 역풍에 의한 사고는 해마다 발생했다. 동해안에서 해수욕을 할 때는 고무 튜브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말고 맨몸으로 경계선 중간수역에서 역풍에 대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계 당국은 포항지역 해수욕장을 찾는 외지인에게 해수욕을 할 때 역풍에 의한 참사가 일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일등 포항시민’의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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