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경주병원 이동석 교수

한눈에 보기에도 또래보다 많이 커 보이는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가 얼마 전 엄마와 함께 우리 진료실을 찾았다.

엄마가 옷을 갈아 입혀주는데 실수로 가슴을 살짝 친 모양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아프다고 해 만져보니 몽우리가 잡혀 깜짝 놀랐다는 것.

2차 성징도 시작됐고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뼈 나이도 실제 나이보다 1살가량 더 많아 추가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을 진단했다.

성조숙증이란 또래에 비해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만 8세 미만의 여자아이 가슴에 멍울이 생기고 음모, 액모가 발현되거나 초경이 시작되었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성조숙증을 방치하게 되면 초경이 앞당겨질 수 있고, 에스트로겐에 일찍 노출돼 자궁암, 유방암과 같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자아이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면서 남성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음모, 여드름 등이 생기고 갑자기 키가 빨리 자라면 성조숙증이 아닌지 진단받아 보아야 한다.

성조숙증이 오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성인 키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병원에 방문하면 엑스레이 촬영을 통한 골연령 측정, 일반 혈액 및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성조숙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으로는 먼저 환경호르몬이 있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의 일회용품에서 분비되는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을 해칠 수 있다.

비만과 과체중도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급적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TV 등을 통해 자녀가 성 관련 컨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가족력도 성조숙증 발병에 어느 정도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빠가 유년시절 또래보다 키가 일찍 자랐거나, 엄마의 초경이 빨랐다면 아이도 2차 성징을 빨리 시작할 수 있다.

스트레스 또한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성조숙증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치료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4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게 되는데, 여자아이는 만 8세 전, 남자아이는 만 9세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 치료는 2차 성징을 일정 시기까지 지연시켜 두었다가 또래와 맞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성조숙증에 걸리면 아이들은 또래와 다른 신체 변화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 있고 정체성에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성조숙증 예방을 위해 바람직한 식습관을 길들이고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이다.

아이의 신체적 변화를 잘 살펴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부모가 최고의 부모가 아닐까 싶다.
 

동국대 경주병원 이동석 교수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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