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경사 윤명국
“도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 사고 내고 도망갔다가 잡히면 보험처리 해주면 그만이네요” 어김없이 대물 뺑소니 현장에서 듣는 피해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럴 때면 피해자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는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같은 법 제148조에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위 조항만 보았을 때는 사고후미조치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나, 현실적으로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대법원 판례는 ‘위 규정에 따른 운전자가 취해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돼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춰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고 판시하나 현실적으로 도로상에서 2차사고 우려가 있을 시에만 이 같은 법을 적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사고로 인한 파편물이 도로에 비산 또는 가해 차량을 방치해 두고 현장을 이탈하는 등 교통 방해하거나 2차사고 우려가 있을 때 처벌을 하고 있어 대부분 경찰에 접수되는 사고후미조치 교통사고는 형사처벌 없이 보험처리만으로 종결되고 있다.

2013년 이런 문제점에 대해 한 국회의원이 교통사고 발생 때 조치사항을 명확히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아직까지 계류 중이고 앞으로 통과가 될지도 미지수다.

이대로 운전자들의 양심에 맡겨 둔 채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법 개정으로 선진교통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윤명국 경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경사
김윤섭 기자 yskim@kyongbuk.com

경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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