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길’ 아름다운 산책로…왕복 2시간 가족동반 나들이로도 좋아

북지장사 올레길.
피로와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 지긋지긋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보상해줄 산과 계곡이 있는 아름다운 팔공산 올레길을 찾아보자.

팔공산은 1천여 년 전 왕건과 견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왕건은 ‘동수전투’에서 크게 패해 오른팔과 같은 신숭겸을 잃고 멀리 안심(安心)까지 달아났다. 신숭겸은 왕건 옷을 입고 후백제 군사를 유인해 주군을 살리고 전사했다. 팔공산 자락에는 당시 전투에서 유래한 지명이 곳곳에 있다.

고려군이 후백제군에 패해 흩어진 고개(파군재), 왕건이 도망치다가 겨우 마음을 놓은 곳(안심), 왕건이 달이 뜬 한밤중에 지나간 곳(반야월), 지략으로 왕건을 구한 신숭겸 묘가 있는 곳(지묘동) 등이다.

동수전투에서 전사한 왕건의 충복 8명을 기리려고 신라시대 공산으로 부르던 것을 팔공산으로 바꿔 불렀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여러 전설을 간직한 팔공산에는 추천할 만한 명품 숲길이 있다.

2008년 대구올레 1코스 ‘금호숲길’이 개장되고 나서 대구올레 2코스와 팔공산 올레 8개 코스가 연이어 생겨나면서 4년에 걸쳐 모두 10개의 길이 완성되었다.

산과 들, 마을길과 농로, 계곡과 숲은 물론 무궁무진 숨겨진 문화유적지까지 아우르는 팔공산 올레길은 어느 길을 택해도 걷는 즐거움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보석 같은 길이다.

지금 소개할 곳은 팔공산 올레길 7-1코스 북지장사 가는 길이다.

방짜유기박물관이 코스에 포함되어 가족동반 나들이로도 좋다. 소요시간은 왕복 2시간 내외 걸린다.

방짜유기박물관.
코스 진입로 오른편에 시인들의 육필을 아로새긴 ‘시인의 길’을 만나는 것도 독특하다. 시인의 길 가운데 위치한 돌집마당은 쉬어가는 자리. ‘사진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북지장사로 가는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장소는 북지장사 들머리부터 이어진 1.3㎞ 솔숲길이다.

팔공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인 이곳의 푹신한 흙길은 어른 서너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고 평탄하다.

곳곳에 쉼터와 벤치가 있어 쉬어 가기도 좋다. 곧게 뻗은 소나무 사이로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다 즐거워지며, 복잡한 세상사를 말끔히 떨쳐버리고 편히 쉬며 걷는 길이기도 하다.

북지장사라는 절.
완만한 내리막이라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이며. 사시사철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걷기 좋은 코스다. 걷기를 하다 산책로 끝 부분에서 북지장사라는 절을 만난다.

대구에는 ‘지장사’(地藏寺)라는 절이 둘 있다. 하나는 달성 비슬산의 지맥인 최정산(最頂山) 자락에, 다른 하나는 팔공산 기슭에 터를 잡았다. 흔히 앞을 남지장사, 뒤를 북지장사로 부르며 올레길 7-1코스에 있는 절이다.

대구를 기준으로 볼 때 최정산의 지장사가 남쪽, 팔공산의 지장사가 북쪽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이들 두 절을 남북으로 나누어 불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아무튼 이렇게 남에 있어 남지장사, 북에 있어 북지장사라 부르는 단순한 행위로 말미암아 지장보살이 신앙의 중심에 있다는 점 말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두 절이 한 테두리 속에 묶여 들고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듯한 여운이 감돈다.

북지장사는 대구라는 도시에 인근에 있으면서도 상당히 고즈넉한 절이다. 소박한 절이지만 대구에서 처음으로 불교를 받아들인 곳이다. 지금은 작은 절이지만 과거에는 동화사를 말사로 거느릴 정도로 큰 절이었다. 옛 영화는 사라졌지만 절 곳곳에 당시의 위세를 짐작게 하는 문화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북지장사에 대한 기문(記文)은 전하는 것이 없어서 북지장사의 역사에 대해서 이렇다 할 내용이 없는 실정이다.

오래되고 기품 있는 전나무, 자작나무, 소나무는 팔공산의 풍경을 더욱 깊고 묵직하게 한다.

이 무더위로 인해 시원한 숲이 그리워질 땐 팔공산 북지장사 가는 올레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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