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형산강 재첩채취 현장 가보니…포항·경주 공조 환경복원 이뤄져야

8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 연일대교 아래 형산강변에 재첩 껍데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8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 생지리 연일대교 아래 그늘엔 노인 4~5명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십 수년간 살고 있는 이들은 형산강 재첩(민물조개)에서 수은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모두 알고 있었다.

효자동에 거주하는 임관성(73)씨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좋은지 나쁜지 정확히 알 수야 없지만 작년에 비해 올해 재첩 캐는 이들이 확실히 많이 줄었다”며 “물이 안 좋아져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첩은 보통 1급수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중반 농공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질을 보였던 형산강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농도가 차츰 1등급에 가까워지며 매년 수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엔 역시 1급수에서만 산다는 은어가 형산강 상류인 연일읍 중명리에 서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수은 재첩’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수질이 오히려 더 나빠진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효자동 김모(38)씨는 “수질 측정 결과는 시기와 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중금속에 중독된 재첩이 형산강의 상태를 더 정확히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산강에서 주로 재첩이 채취된다는 연일대교에서 섬안큰다리 1.5㎞ 사이에는 ‘형산강 재첩 수은 기준치 초과에 따른 정밀조사 시행으로 잠정적으로 어패류 포획(채취)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군데군데 붙어있었다.

둔치 곳곳에는 재첩 껍데기가 산재해 불과 얼마 전까지 재첩 채취가 활발히 이뤄졌음을 증명했다.

부유물이 곳곳에 떠다녔지만 악취가 나거나 녹조의 기미는 볼 수 없었다.

이 곳에서 채취된 재첩은 포항을 비롯해 전국으로 유통됐다.

해도동에서 재첩국 식당을 운영하는 모 식당업주는 “한 할아버지가 2~3일에 한 번 꼴로 형산강에서 캔 재첩을 들고 찾아왔다”며 “7, 8년 전부터 거래를 튼 셈인데 한 번에 5㎏ 가량씩 사들였다”고 말했다.

또 “사용하는 재첩 대부분은 하동 등에서 사들이고 있지만 열흘 가량 전부터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형산강 수은재첩’소문이 퍼진 이후 그동안 3~4명이 형산강 하류에서 재첩을 캐던 모습도 사라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29일 연일대교에서 섬안큰다리 사이 수역에서 잡힌 재첩에서 수은이 기준치(0.5㎎/㎏)보다 높은 0.7㎎/㎏ 검출됐다며 시에 통보했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6월 말 대구 달성군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재첩을 수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였다.

하지만 포항시는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도 재첩채취 금지 현수막을 게시하는 데 그쳤다가 비난을 산 바 있다.

포항환경운동엽합은 지난 3일 성명서를 내 “지난해 4월에도 형산강 둔치에 ‘이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냉이와 쑥은 식용에 부적합하니 유의하라’는 포항시 식품위생과의 현수막이 걸렸다”며 “게다가 재첩에서 기준치를 넘는 수은이 검출된 것은 형산강 일대 토양과 수질이 총체적으로 오랫동안 오염된 상황임이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포항시는 형산강 일대 중금속 오염의 원인과 건강·환경영향을 조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형산강 상류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경주시와 포항시의 공조를 통한 형산강 생태환경 복원사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일읍 형산강 주변에 사는 한 주민은 “20여 년 전만 해도 오염의 대명사였던 울산 태화강의 생태복원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경주시와 포항시가 행정협조를 통해 형산강을 명품 강으로 가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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