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를 위해 친구를 팔아보련다. 한 대학친구가 부러운 결혼을 했다. 지성적 가정을 꾸린 그 친구의 아내는 그러나 신혼 시절부터 늘 남편을 험담했다. 나는 그 친구의 속 깊은 마음을 아는 터라 처음에는 흔한 사랑싸움이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도 불평은 개선되지 않으니, 부부간의 관계는 다른 가 보다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20여 년이 지나자 그 가정은 불화하는 전형으로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미운 정으로 생채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그들이 마지못해 하루하루를 때우며 사는 모습은 비참해 보인다. 최근에 와서 그들은 고백한다. 상대에게 이상만 요구하고 현실도 모른 채 바보스럽게 길을 돌아 돌아만 산 어리석은 삶이었다고.
이 친구 부부의 패착은 각자가 자기 자신과 가정 전체를 분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못나고 맘에 들지 않아도 남편은 자신의 남편이며, 스스로는 그 남편을 포함하는 가정의 한 구성원인 것을 아내는 인정하지 않았다. 비록 가정 안에서는 남편을 질책하고 도외시할 수 있으나, 바깥사람들에게는 남편을 감싸주어야 하며 그가 부족하다면 자신을 헌신하여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들로부터 자기 자신도 궁극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가 있다. 남편을 폄훼한 친구 아내는 결국 친구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 남편도 그런 아내를 품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시해 왔다. 가정 안팎에서 부부의 처신은 구별되어야 한다.
국가에서 여야의 행동거지도 이에 준한다. 그들은 국내외적으로 다른 문법을 써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진다. 장관을 했던 사람이 대놓고 정부를 비난하고, 야당 당원들이 이해 당사국을 충동 방문하는 것은 너무 미숙한 정치이다. 국익을 말하면서 이해 당사국과 같은 주장을 말하는 것은 모순되는 발언이다. 물론 정부의 패착도 크다.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내부에서 했더라도 야당의 대표들을 만나 그 심각성을 설득시켜 한목소리를 냈어야 한다. 국가의 안위를 빌미로 야당이나 국민을 지도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도 안이한 자세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부강한 시대인 지금은 놓쳐서는 안 될 천재일우이다. 동시에 이 계기는 빛나는 만큼 정치적 부담을 요구한다. 이 부담을 여야가 나누며 오순도순 대한민국을 이끌고 지켜가야 한다. 제발, IMF 위기 때처럼 똘똘 뭉쳐 나라를 세워보라. 미숙한 정치의식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산통을 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