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해안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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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해안권 본부장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노천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곳곳에 찬란한 문화유적이 산재한 경주지역에도 다양한 문화축제가 열린다.

이맘때가 아니라도 천년고도 경주에는 사시사철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려, 시민과 관광객들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라문화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왕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봉황대뮤직스퀘어를 비롯해 보문야외국악공연, 꽃밭속의 작은 음악회, 교촌문화공연, 세계피리축제, 신라도자기축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문화축제 행사가 다양한 제목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행사 가운데 경주를 대표할 축제를 꼽으라면 선뜻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품, 역사, 문화, 관광도시인 경주시민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마 수십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라문화제가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위안으로 삼고 싶다.

매년 10월 초 종합축제로 열리고 있는 신라문화제는 1962년 첫 행사를 시작한 후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때 경주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를 들썩였던 국민축제 신라문화제를 경험한 세대들은 당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며칠 전부터 경주를 찾은 인근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몇 시간씩 도로변에 쪼그리고 앉아 가장행렬을 기다렸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행렬을 자세히 구경하려는 인파들이 도로 인근 왕릉을 점령하면서 파란 무덤이 하얀 꽃봉오리처럼 변하기도 했다.

축제에 동원된 학생들은 화랑, 원화 선발대회와 가장행렬 준비로 오랜 시간 고생을 했지만, 자신들을 알아주는 가족, 친척들의 환호에 피곤함도 잊은 채 축제를 즐겼다.

그 당시 수십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아 신라문화제 행사기간 내내 경주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라문화제가 전국 그 어느 문화축제보다 이름을 떨쳤던 것이다.

올해도 신라문화제는 ‘신라이야기(Silla Story)’를 주제로 10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금장대와 서천둔치, 경주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신라문화제는 그동안 학생동원 금지, 격년제 개최 논란을 겪으면서 예산확보 어려움으로 초창기 보다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미디어의 발달과 볼거리가 넘치는 현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품격 있는 역사문화도시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신라문화제를 옛 모습으로 부활시켜야 한다.

어느 도시의 축제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유사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눈에 확 띄는 콘텐츠 위주로 행사를 진행한다면 당시의 영광 재현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경주시도 올해 행사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찬란한 신라천년문화를 선양하고, 시민이 주관이 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를 통해 전성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다행스럽다.

연간 관광객 2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관광1번지 도시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축제가 없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다.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는 신라문화제를 키우든지, 아니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축제 중 유망한 행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더라도 대한민국 대표 축제가 있어야 한다.

경주를 생각하면 신라문화 유적만 떠올리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세계적인 축제를 한시라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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