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퇴근길 책임지는 '인간내비게이션'…연극배우에서 리포터, 메인 MC 맹활약

TBN 대구교통방송 MC 손현주 씨.
“착하고 연극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나중에 꼭 배우로 대성공할 거라고 봤습니다.”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와 ‘미용명가’로 유명한 이상원 (주)뉴컴퍼니 대표가 기억하는 옛 연극배우 손현주(49·여)씨에 대한 기억이다.

대구시립극단 감독을 지낸 이상원 대표는 계명대학교 연극반 계명극예술연구회에서 1986년 연출한 연극 ‘만리장성’을 대명동캠퍼스 노천강당 무대에 올렸는데, 1학년인 손현주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워 2천 석에 가까운 노천강당을 3일 내내 관객으로 가득 채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손씨는 이제 23년 차 방송경력을 내세운 주부방송인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일 오후 6시 5분 시작하는 TBN 대구교통방송(FM 103.9MHz)의 ‘달리는 라디오 교통방송입니다’를 17년째 이끌고 있는 그녀는 대구의 퇴근길을 책임지는 ‘인간내비게이션’으로 통한다.

▲연극만이 내 세상

신명여고 시절 서울에서 내려온 대형 뮤지컬 공연을 접하고서는 “신세계”라며 감탄했다. 지방에서는 연기를 배울 수 있는 마땅한 학원조차 없어 연극배우의 꿈만 키웠던 손씨는 계명대 심리학과에 입학하고서야 비로소 꿈과 접할 수 있었다. 계명극예술연구회에 입단하고서다.

수많은 작품에 열정을 다해 참여하면서 배우로서 꿈을 키워가던 그녀였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배고픈 미래’가 보장된 연극배우로서 길을 가는 것이 두려웠다.

1983년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이 치과의사 시절 만든 극단 ‘처용’에 생활 연극인으로 입단하는 손씨는 2년여간 연기에만 몰두했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는 딸이 돼 있었다.

다른 길을 택했다. 연극배우 선배가 권한 방송 리포터에 도전한 것이다.

손현주씨는 “평생의 꿈인 연극을 하면서 겪는 생활고가 무서워 꿈을 접었다”며 “아련한 추억과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연극을 사랑하는 충실한 관객이 됐다”고 했다.

▲퇴근길 교통 책임지는 인간내비게이션

1992년 대구MBC 프리랜서 공채 1기로 방송계에 진출해 4년간 누빈 손씨는 57분 교통정보에서부터 가요프로그램 DJ, 문화 분야 방송 리포터를 거쳐 1997년에는 라디오를 개국한 TBC 대구방송에 몸담았다. 1999년 7월 30일 개국한 TBN 대구교통방송 ‘개국 멤버’가 됐다.

‘TBN 차차차’로 시작해 지금의 ‘달리는 라디오’의 스튜디오를 17년째 지키고 있는 손씨는 퇴근길 교통 상황을 중심으로 콩트, 교통 캠페인 등의 각종 정보를 청취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녀는 “퇴근길 매일 똑같이 막히는 대구의 도로이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하나의 생물과도 같다”며 “17년을 진행했는데도 단 1초도 여유로운 적 없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도로 상에서 벌어지는 교통사고, 낙하물 사고, 동물 추락 등의 돌발상황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는 인간내비게이션이 됐다”면서 “연합뉴스 등 통신사보다 더 빨리 현장을 확인하고 피해가 가지 않도록 속보를 전하기에 교통업계 통신사 기자로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손씨는 버스와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팬덤을 형성한 프로그램이기에 일종의 소명의식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080-664-8000이라는 무료제보전화가 있음에도 이용료 100원을 줘야 하는 문자메시지로 제보하는 시민들이 많아 놀랐다. 방송을 통해 퇴근길 도움을 받은 기억을 가진 시민들의 작은 배려라는 것을 알았다”며 “20년 가까이 모니터로 바라본 대구의 도로가 상전벽해처럼 바뀌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한결 같았다”고 했다.

파워엔터테인먼트라는 공연기획사를 운영 중인 남편 이철우씨와 대학 동기로 만나 대학생과 중학생을 둔 주부이기도 한 손씨는 “방송 모니터링 하나 제대로 해주지 않지만 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줘 고맙다”는 말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23년 차 주부방송인의 소망

“교통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보로 넘치는 ‘달리는 라디오’는 은근히 중독성 있습니다. 우리 방송을 더 널리 알려서 더 많은 지역민이 각종 정보를 접하기를 바랍니다. 얼마나 더 방송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라디오 업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권기영 프로듀서님과 인간내비게이션으로 더 오랜 시간 활약하고 싶습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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