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한정된 삶의 경계를 확산시켜 풍요로이 만드는 수단

회룡포 전경.
지형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과 신선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비상하고 용처럼 휘감아 돈다고 해서 붙여진 ‘육지 속의 섬’ 회룡포마을이다.

회룡포마을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회룡포마을 입구에서 시작하는 약 1.5㎞의 비룡산 능선을 타야 한다. 출발점은 회룡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비룡산 능선으로 이동하는 코스다. 어차피 순환코스이기에 출발점이 도착점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회룡포 전망대 등산로라는 이정표가 가르키는 방향대로 길을 잡으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비룡산 능선보다 장안사 주차장까지 차로 이동한 뒤 회룡대까지 15분쯤 걷는 산책코스를 선호한다.

산책코스를 택해 회룡포 전망대로 가는 중 장안사란 절을 만나는데, 장안사는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장안사를 지나 223개의 철도침목의 나무계단을 오르다 보면 팔각정자로 만들어 놓은 제1 전망대에 다다르며 상큼한 솔 향과 함께 소나무 사이로 회룡포의 신비한 모습을 만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회룡마을의 용트림 모습은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회룡포는 높은 곳에서 보면 육지 속의 섬마을처럼 보인다. 하지만 섬은 아니다. 회룡포의 목줄기는 높이 15m, 폭 80m에 불과한 소백산맥 줄기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마을의 생김새가 표주박을 닮았다. 잘록한 표주박의 목이 육지와 간당간당 이어져 있어 가느다란 목줄기를 삽으로 한 번만 뜨면 섬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딱 맞는 듯하다.

물이 빠져 거친 모래사장이 많이 드러난 내성천 한 편엔 엉성한 ‘뿅뿅다리’가 설치돼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녹슨 강판을 잇대어 만든 다리다. 몇 년 전 뚫린 산길과 함께 회룡포 마을을 바깥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회룡포는 이곳에서 물길로 35㎞쯤 떨어진 안동 하회마을의 물돌이와는 격이 다르다.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의 물돌이가 반달 모양이라면 유유히 흐르던 내성천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회룡포는 보름달에 더 가깝다.

이런 빼어난 경관으로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나룻배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어 한국전쟁 때는 전란조차 피해갈 정도로 한적한 마을 이었다. 구한 말 의성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면서 의성포란 지명을 얻었으나 의성군으로 착각하는 관광객들이 늘자 1999년에 의성포를 둘러싼 회룡마을과 용포마을의 첫 글자를 따서 회룡포로 부르게 되었다. 또한 2005년 8월 23일 명승 제1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회룡마을 건너편 비룡산에는 통일신라 때 세운 장안사와 삼국시대 격전지로 유명한 원산성이 있고,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용문사와 예천 감천면의 석송령(천연기념물 294) 등의 관광지가 있다.

백제의 요새였던 원산성은 삼국 간 쟁탈전이 어찌나 심했던지 비 오는 날이면 성 아래 성저마을에는 아비규환 속의 병사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얀 모래 백사장을 감싸며 돌아가는 옥빛 물길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회룡포는 한반도를 닮은 영월의 청령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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