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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용이 지키고 있는 간이역 예천 ‘용궁역’
[자, 떠나자] 용이 지키고 있는 간이역 예천 ‘용궁역’
  • 박용 기자
  • 승인 2016년 09월 06일 11시 59분
  • 지면게재일 2016년 09월 06일 화요일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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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여행을 떠나보자
용궁역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고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로 간 자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라 꾐에 넘어간 토끼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까 봐 손에 땀이 흥건했었던 어린 시절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행정구역상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속해 있는 동네 이름이 용궁이다. 이름만 들으면 바닷가에 위치하고, 사방에 해산물이 난무할 것 같지만 뜻밖에 용궁면은 산이 더 가까운 곳이다.

그러한 용궁면에는 용궁역이란 간이 기차역이 있다. 참 재미있는 역 이름으로서 용궁역에 내리면 늠름하게 반겨주는 청룡은 용이 감싸고 있는 마을 회룡포를 상징하고 있다.

용궁면의 유래는 용담소와, 용두소 라는 ‘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용담소와 용두소의 물 밑은 서로 통할 수 있는 광활한 별류천지를 이루고 있어 용두소를 숫용, 용담소를 암용이라 하였고, 부부가 된 용은 이 지역의 수호신으로 한해(旱害)가 있거나 질병으로 인한 재앙이 있을 때는 용왕에게 정성을 드리면 효험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용궁역의 연혁은 1928년 11월 1일에 보통 역으로 영업개시를 해서 1944년 10월 1일엔 점촌~안동 구간 폐선으로 폐역 되었다가 1965년 10월 12일 역사 신축 완공으로 인해 1966년 1월 27일 점촌~영주 구간 개통으로 영업 재개를 하다 1983년 5월 31일에 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되면서 2004년 12월 10일 무 배치 간이역으로 격하 된 역이다.

용궁역은 무 배치 간이역으로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이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려면 일단 기차에 올라타서 승무원에게 차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조용하게 사라져 가던 이곳이 2013년 4월 갑자기 지역 명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바로 어떤 이의 빛나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용궁이라는 독특한 지명을 100분 활용해낸 멋진 아이디어는 이름하여 동화 속 이야기를 이용하여 토끼 간 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국민 전래동화 별주부전이 떠올린다. 동화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던 토끼 간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용궁역. 그 옛날에 자라가 알았다면 그 고생 안 했을 듯싶다.

토끼간빵
간이역 안에는 토끼 간 빵을 파는 작은 상점과 맞은편에 자라카페가 들어서면서 이곳이 새롭게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토끼 간 빵은 사회적 기업으로 다문화 가정과 저소득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토끼 간 빵에는 몸에 좋은 통밀, 팥, 호두, 헛개나무 등이 들어간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 토끼 간 빵에는 토끼 간이 없다.

또한 용궁역과 마을 주변에는 사방에 용의 흔적이 있다. 기찻길 옆에 익살스럽게 앉아있던 고목을 이용해 만든 용과 역으로 가는 길 벽에는 별주부전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

별주부전의 엔딩은 책과 달리 지역마다 다르게 전해진다. 마지막에 토끼가 도망가고 나서 울고 있는 자라를 불쌍히 여긴 옥황상제가 선녀를 통해 약을 전달했다는 것도 있고, 약을 구하지 못해 좌절한 자라가 바위에 머리박고 죽었다는 이야기, 토끼가 자신을 골탕먹인 용궁식구들을 괘씸히 여겨 바위 뒤에서 똥을 눠서 간이라며 건네주자 한 번도 토끼 똥을 본 적이 없는 자라는 그걸 용왕님께 건네 줬는데, 그 똥 먹고 정말 병이 나았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용궁역 버전으로 설명해 놓은 벽화.
그러나 이곳 용궁역 버전은 토끼가 마지막에 토끼 간 빵을 건네줬고 그로인해 용왕님의 병은 토끼 간 빵으로 말끔히 치유되었다 한다.

또한 지난달엔 ‘용왕님이 반한 그 맛! 용궁 순대’를 주제로 한 제5회 예천 용궁 순대 축제가 8만여 명이 다녀가면서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다. 50년의 역사를 간직한 용궁 순대는 최근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출연하면서 예천군을 찾는 관광객들이 먹거리 1순위로 꼽고 있다.

만약 시간이 여유롭다면 맞은편 자라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빵을 음미해도 좋다.

‘용궁역’에서 ‘용궁’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용궁을 찾는 기쁨보다 오히려 더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용궁역’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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