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살기 좋은 터 '안동 풍천' 경북의 새천년 도약 출발점

▲ 하회마을 전경

△천년 도읍지의 현무(玄武) 검무산(劍無山)

풍천면은 안동시의 14개 읍면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면이다. 면의 북쪽에는 검무산(劍無山. 331.6m)이 우뚝 솟아 면을 껴안고 있다.

검무산은 수도 서울의 진산인 북악산(342m)과 높이가 비슷하다. 백두대간의 큰 줄기인 봉화의 진산 문수산(문수지맥)이 서남쪽으로 거침없이 장엄한 기세를 내뻗어, 안동과 예천의 진산이자 영주의 앞산인 학가산(870m)이라는 거대한 용틀임을 낳았고, 마지막으로 검무산에 기세를 보태고 있다.

검무산은 평지돌출 형상으로 우뚝 솟은 기개가 장쾌해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이 지역의 정서를 상징한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덕성을 갈고 닦고, 위기의 시기에는 맨 주먹으로 떨쳐 일어났던 선비정신은 이 검무산에서 받은 정기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주산인 검무산 앞에는 생명의 원천인 여자지 못이 있고, 주작(안산)인 시루봉 앞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내리며, 강 건너편으로는 조산인 봉화산(400m)이 솟아 있다. 낙동강 좌측으로는 안동의 하회마을이 펼쳐져 있고, 하류 쪽 우측에는 예천 내성천의 회룡포가 감돌아 흐르고 있다. 낙동강과 내성천이 동과 서에서 흐르고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검무산을 정점으로 해서 사방에 강과 하천, 드넓은 들을 품고 있어 경북의 새 천년을 열어 갈 도청소재지로 손색이 없다.


△하회리와 풍산류씨

조선 시대 지리학자 이중환(1690-1756)이 쓴 ‘택리지’에는 가장 사람이 살기 좋은 터를 ‘계거’라 했는데, “가장 살 만한 곳으로 영남에 있는 예안의 도산과 안동의 하회를 첫째로 꼽는다”라고 했다. 그래서 하회를 삼남지방의 4대 길지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마을들은 산을 뒤로 하고 앞으로 강이나 내천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인데 비해, 하회마을은 남쪽으로만 흐르는 낙동강이 하회마을에 이르러 잠시 동북쪽으로 돌아 흘러 큰 원을 그리며 산을 휘감아 안고, 산은 물을 얼싸안은 곳에 자리했다.

이 마을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으로 물이 돌아나간다 하여‘물도리동’ 또는 한자로 표기해 ‘하회(河回)마을’이라고 한다.

또한 하회마을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마을이 물 위에 뜬 연꽃과 같다 하여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으로 보기도 하는데 풍수학적으로 전국 최고의 길지로 꼽히는 곳이다.

하회마을은 1988년에 중요민속자료 제122호인 민속마을로 지정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꼽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기도 했다. 2010년 8월 1일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회마을은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을 내다보고 철저한 대비책을 논한 ‘징비록’의 저자인 서애 류성룡을 배출한 풍산 류씨의 동족 마을로 유명하다.

명당에는 마을이 형성되고, 인물이 난다는 말이 있다..

검무산의 정산(井山) 아래 가일마을(풍천면 가일리)에는 안동 권씨 집성촌이 있고, 바로 인근에는 안동의 또 다른 문중인 안동 김씨 집성촌이 자리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바로 안동 김씨의 후손이다. 검무산 남쪽 들에는 하회마을이 자리 잡고 있고, 뒤쪽에는 풍산 김씨 집성촌인 오미동이 위치해 있다.

이들 가문들은 안동을 대표하는 명문가로 수백 년 세월을 지켜오면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 서애 류성룡
△서애 류성룡 가문과 풍산그룹

안동이 낳은 대표적 기업으로 풍산그룹이 있다. 풍산의 창업주 고 류찬우 전 회장은 조선 시대 명재상으로 임진왜란을 넘긴 서애 류성룡의 12세손이다.

풍산은 1970년대 초부터 소총 탄환에서 포탄에 이르기까지 온갖 탄약을 생산하는 방산업체로 성장했다. 이후 1970년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주화용 소전(동전으로 가공하기 전 동전의 원형) 제조업체로 지정된 이후 급성장했다.

류 전 회장은 평소 “선조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또 “서애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 받아 자주국방에 앞장서는 게 풍산을 세운 이유”라고 강조했다. ‘풍산’은 1968년 구리 가공 업체인 풍산금속을 세울 때 풍산 류씨 본관을 따 사명을 지은 것이다.

류 전 회장의 인생관은 2세 경영인 류진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류 전 회장의 차남인 류진 회장은 아버지가 설립한 서애기념사업회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 사업을 전개해 왔다.

부친의 스타일을 닮아 실무형 CEO로서 세계 무대를 뛰고 있으며 미국 내 인맥도 상당한 편이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장인이다.

풍산 류씨 대종회 회장을 지낸 류돈우 전 국회의원(전 은행장)과 류영우 풍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 집안이다



△풍천면 출신

여자지 못
부용대
병산서원
풍천면사무소 전정에 세워진 희망의 장승
충효당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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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은 풍성할 풍(豊)자에 낙동강을 끼고 있어 내 천(川)자를 쓴다. 수려한 풍광과 순후한 인심, 특히 충절과 학문이 빛나는 고장이다. 풍천면의 행정구역은 갈전, 도양, 구담, 관덕, 기산, 신성, 구호, 금계, 어담, 인금, 병산, 하회, 가곡리 등 13개 리로 구성돼 있다. 최근 경북도청 신청사가 풍천면 갈전리 일원에 새 둥지를 텄다.

이들 마을에는 전형적인 동성마을 형태가 두드러진다. 동성마을이 많은 풍천면 일대는 양반과 유림 등 지방 중심의 인물은 물론 탁월한 인물도 많이 배출했다.

심우영 전 총무처장관은 인금리 출신이다. 행정고시 합격 후 총무처에서 뼈가 굵은 그는 총무처 행정관리국장, 총무처 차관, 경북도지사, 청와대 행정수석 등을 역임했다.

갈전리 출신인 권영우 대원교육재단 설립 이사장은 11·12대 국회의원(민정,동대문)을 거쳐 세명대 총장을 지냈다.

하회리 출신 류돈우 의원도 13·14대 국회의원(안동) 출신이며,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지낸 구담리 출신 김용구 의원도 18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이밖에 초대 경찰청장을 역임한 도양리 출신 김원환 총경을 비롯해 기산리 김호성, 하회리 류단하, 광덕리 류시환 등은 경찰서장을 역임했다.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김재영은 신성리 출신이다.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으로는 하리리의 류홍우 유성기업 명예회장, 병산리의 강삼원 전 경기은행장, 하리리의 류종묵 흥국철강 이사장 등이 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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