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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동이에 관한 기록 다음에 일연은 중국의 한(漢)나라가 조선의 옛 땅에 이외부(二外府)를 두었는데, 그것은 평주도독부(평나와 현도 관할)와 동부도위부(임둔과 낙랑 관할)라 하였다. 그러나 이 기록은 유득공에 의하여 잘못된 것으로 비판 받았다. 즉, 『한서』와 『후한서』에 그 기록이 없고 도독이란 제도가 한나라 당시에 없었다는 이유다. 이부(二府) 문제는 잘못 기록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나, 평나 등 지명의 고증은 더 자세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어 나오는 조목은 고조선이 분국된 78국 이야기다.

『삼국유사』 권1 ‘기이제일(紀異第一)’ 72국조(七十二國條)는 다음과 같다.

“조선의 유민들이 70여 국으로 나뉘다. 『통전(通典)』에 이르기를 ‘조선의 유민(遺民)들이 나뉘어 70여 국으로 되었으니 지역이 모두 사방 백리나 되었다.’라고 하였다.”

『통전』은 당나라의 두우(杜佑:735∼812)가 쓴 유명한 책으로서, 정치제도에 관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모두 200권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데, 구성이 정연하고 내용이 풍부하다. 세종대왕이 예악정치를 실현하고자 음악을 정비할 때도 『통전』이 많은 참고가 되었다. 일연은 『후한서』를 인용하여, “서한(西漢)은 조선의 옛 땅에 처음에는 4군을 두었다가 뒤에는 2부를 두었다. 법령이 점차 번거로워지면서 갈라져 78국으로 나뉘었는데 각각 1만 호씩이다.”라 하고, 이를 주석하기를, “마한은 서쪽에 있으면서 54개의 작은 고을(小邑)을 모두 나라로 일컬었으며, 진한은 동쪽에 있으면서 열두 개의 작은 고을을 나라로 일컬었으며, 변한은 남쪽에 있으면서 열두 개 작은 고을을 각각 나라로 일컬었다.”라 하였다. 이 조목의 명칭은 72국이나, 실제 나라의 숫자는 78국이다. 대개 마한 54국, 진한 12국, 변한 12국, 도합 78개의 삼한을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위의 문장은 2부와 4군이 78국으로 나뉜 것으로 되어 있어, 북쪽이나 요하방면의 현도, 낙랑 등을 포함한 전체 고조선의 땅이 고조선 멸망이후 78개의 소국(小國)들로 나누어진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본문에 대하여 간단히 생각하면, 지금의 남한 땅에 마한,진한,변한의 삼한이 있었고 모두 78개의 소국으로 이루어졌다. 삼한은 한강 이남에 있고 낙랑,대방,동예,옥저 등이 공존하였다. 특히 평양일대는 낙랑이 있어 중국의 고급문화가 삼한지역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일연의 주장은 한나라의 4군이 그대로 78국으로 나누어졌다면서 삼한을 이야기 하니, 낙랑 등이 갈 곳이 없어 삼한의 구체적실체가 모호해진다.

참고로 단재 신채호 선생은 고조선 삼한설을 주장하였다. 고조선의 영역이 넓고 인구가 적어 마한, 변한, 진한의 세 지역으로 나누어 다스렸는데, 한나라의 침략이후 남하하여 남쪽의 삼한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학설은 공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경영하는 민족의 정치형태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흉노는 중앙의 선우와 좌현왕과 우현왕이 세 지역을 분치하며, 카자흐스탄도 오르타,크스,울루의 세 주스가 있다. 어쨌든 삼한은 우리민족이 세운 국가를 통칭하는 대명사가 되어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명칭으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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