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30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붕괴된 건물사이로 연기가 올라와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지난달 30일 화마가 할퀴고 간 대구 서문시장 4지구는 하루가 지나면서 처참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관련기사 3면

1일까지 잔불을 잡기 위한 소방대원들의 움직임이 바쁘게 이어졌다.

불이 난 4지구 건물은 30%가 무너져 내리는 등 붕괴위험이 여전히 존재했다.

오후부터 중장비가 동원돼 잔해를 치우고 혹시 모를 잔불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소방대원들의 바쁜 움직임을 지켜보던 이곳 상인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부 상인들은 물건 하나라도 건져내기 위해 안전문제로 현장 접근을 막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렇지만 이내 바닥에 주저 앉거나 한숨을 쉬고 발길을 돌렸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문시장 4지구 모습을 바로 옆 주차장 빌딩에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눈으로 직접 현장을 바라본 상인들은 잿더미로 변한 처참한 삶의 터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듯 한숨만 내쉬었다.

한 60대 상인은 “작은 거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해서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지만 직접 보니 남아 있는 게 없다”며 “막막함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답답함 심정을 토로했다.

이곳저곳에서 원망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초기 진화를 하지 못한 소방당국과 함께 점포상인들은 노점상인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점포상인들은 노점상인들이 세금 등 아무런 부담 없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이 많았다.

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30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붕괴된 건물사이로 연기가 올라와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또한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은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로 프로판 가스를 쓰는 만큼 항상 위험했다는 것이다.

서문시장 야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 같은 불만이 더욱 커졌다.

노점상인들도 야시장이 끝나는 시간까지 영업하면서 영업시간이 늘어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점상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해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이 같은 원망을 부추기고 있다.

박 모씨(53)는 “그동안 노점상 때문에 각종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 불까지 났다”며 “상생 차원에서 지금까지 참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점상인들은 점포상인들의 불만을 이해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위생문제 등 이런저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로 이웃 간 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화재 원인이 정확하게 확인된 것도 아닌데 자신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이와 함께 모든 문제를 자신들에게 돌리는 것은 물론 앞으로 정리까지 하라고 관계기관을 압박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노점상인들은 화재가 노점상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만약 프로판 가스 등이 폭발했으면 한두 개가 아닌 수십 개가 한꺼번에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모씨(63)는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은 마찬가진데 죄인취급 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심란한데 이웃 간 불화까지 겹쳐 더 힘들다”고 전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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