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jpg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이 가결되고 난 뒤 기고만장해진 야권에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말들과 함께 새판짜기를 위한 주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야권의 선봉장에 선 문재인은 탄핵안 가결 직후 ‘국가 대청소론’을 들고 나왔다. 뒤이어 안철수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을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원순, 이재명도 이에 가세해 “비리, 부패공범자 재산 몰수, 국가의 암적 존재 응징하자”는 등 과거 통진당이나 민노총 등에서 기득권 세력의 밑바닥부터 뒤집어 보겠다고 외친 구호들을 서슴지 않고 뱉어내고 있다.

이에 가세해 일부 언론들은 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들을 가감 없이 대문짝만하게 부각시키며 부화뇌동을 하고 있다.

지금 야권에서는 내년 대권 레이스에서 눈앞에 온 권력만 쥐면 ‘박근혜 정책’은 모두 뒤집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위안부 합의’ ‘사드 국내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원점으로 돌려놓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우방국들과의 외교관계의 기본 축이 흔들리는 건 상관이 없다는 자세들이다.

지난 두 달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 촛불 집회에서 국민은 똑똑히 보아왔다. 참석한 많은 사람이 이들 야권의 정치인들처럼 과격한 말들을 쏟아내는 모습들을 보지 못했다. 단지 참가자들은 피켓에 ‘탄핵’ ‘박근혜 하야’라는 글자가 적힌 피켓만 들었을 뿐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어대는 혁명성 구호들은 외치지를 않았다. 이들은 단지 ‘박 대통령이 비선의 국정 개입을 방치한 데 대한 책임’을 따지는 행동에 그쳤다. 그래서 민주적인 행진으로 질서있는 집회를 진행해 국제적으로 국격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촛불집회를 주도했거나 선봉에 나선 야권 정치인들은 그동안의 촛불집회가 마치 ‘4·19 학생 혁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들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정권이라도 잡은 듯 점령군처럼 언행들을 하고 있다.

지금 TK의 민심은 한마디로 ‘샤이(shy) 박근혜’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상당수 TK민들도 있음)

박근혜의 국정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선 ‘그래도 박근혜’라는 연민의 정이 자리를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들 TK민들은 그동안 촛불집회와 국회의 탄핵 가결, 안하무인격으로 설쳐대는 야권 정치인들의 언행들을 보면서 공개적으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숨겨둔 속내들을 이제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음 정권은 이들에게만은 안된다”는 단호한 결기가 TK민들 사이로 퍼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친박들이 국회의 탄핵 가결 후 폐족으로 사라지지 않고 똘똘 뭉쳐 ‘박근혜에 대한 신의와 의리’를 앞세워 비박들을 내 치려고 하는 힘은 바로 TK의 바닥 민심을 보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경북이 텃밭인 친박들이 이제 TK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아래 소개하는 고사를 음미해 보길 바란다.

어느 고을에 식구가 많고 가난한 동생 집은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나 식구가 셋인 돈 많은 형님 집엔 싸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형님이 동생에게 화목하게 사는 비결을 물었다. 동생은 “형님네 댁은 똑똑한 사람만 살고 우리 집은 바보들만 살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우리 집은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가 ‘내 잘못’이라고 하는 바람에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형님네는 일이 생기면 모두 ‘네 잘못’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