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에서 각설이 엿장수 거쳐 지역방송 진행자로 맹활약
▲연극배우·각설이 엿장수·수영강사 등 다양한 경험이 무기
이재선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성원 프로듀서는 엄지손가락부터 추켜세웠다. 조 PD는 “재선씨는 센스 넘치는 머리와 빠른 몸 감각으로 현장에서 곧바로 적응하고 익힌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덕분에 어떤 현장을 가더라도 정확하게 포인트를 찾아낸다. 편안한 인상에 유머까지 넘쳐서 팬덤을 형성할 정도다. 우리 프로그램이 평균 시청률 5%에서 10%까지 넘나드는 데는 재선씨의 독보적인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원동력은 경험이다.
한 가족의 선장인 이씨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선장 잭 스패로처럼 아내 안정희(37)씨와 딸 소영(14), 아들 정호(12)와 지구 반대편인 남미의 콜롬비아로 훌쩍 떠났다. 독학으로 배운 스페인어와 여행 가방, 코펠과 버너 등이 전부였지만 행복했다. 재선씨는 “연극은 인생이고, 인생은 여행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콜롬비아의 산골 마을 부이나비스타에서 1천일을 넘게 보내고 있다”면서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가치를 접하고 이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가족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가장 귀한 재산이 됐다”며 웃었다.
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기술을 묵묵히 배우고 익힌 숙련공들에게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는 그는 “직업보다는 직장을 가지려는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직업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며 “직업현장에서 자부심 하나로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자부심이란걸 느꼈다고 전해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작년에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를 출간하고 연극배우 가족의 좌충우돌 생활기를 강연을 통해 전하고 있는 이재선씨는 연극처럼 살아 온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강연 무대를 통해 전하고 있다. 리얼인터뷰 통에서 접한 200개 가까운 직업 체험은 이씨의 자산이 됐다. 청소년과 취업준비생, 이직준비생들에게 묵직한 조언을 해주는 일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는 또 대구의 핫플레이스가 된 김광석 거리 안에 이재선 신체극 연구소를 차렸고, ‘이등병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단편연극을 버스킹 형식으로 공연한다. 이씨가 연출, 배우, 홍보, 진행까지 모두 맡는다.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에 맞췄다.
그는 “이번 시도는 자본에 의한 공연의 대형화 속에서 지역예술가들의 새로운 생존가능성의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