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들의 ‘거대한 기숙사’…교육·문화 등 인프라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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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혁신도시에서 육개장 식당을 운영 중인 김경근 씨.
“김천 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평일에 일하면서 잠시 머물고, 주말이면 집으로 떠나는 거대한 기숙사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천혁신도시 한국전력기술 인근에서 육개장집을 운영하는 김경근(29) 씨는 요즘 김천혁신도시에 투자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결혼 전 인천 청라지구에 살다 아내의 부모님이 계신 김천을 오가며 김천혁신도시를 눈여겨본 김 씨는 2015년 12월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김천혁신도시에서 장사하면 적어도 망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 빚을 내어가며 3억 원을 투자해 육개장집을 차렸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여니 일주일 중 영업이 가능한 날은 일주일에 4일뿐인 것을 깨달았다.

금, 토, 일 주말이면 김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대전으로 모조리 빠져나가는 것이다.

김 씨는 “금요일 오후 3, 4시만 되면 여행용 가방을 끌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거리가 시끄럽다”며 “이렇게 공공기관 직원들이 떠나고 난 김천혁신도시의 주말은 마치 유령도시와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수도권과 다름없는 비싼 가게 임대료도 김 씨의 이마 주름을 깊게 패게 하고 있다.

“8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인천 청라지구와 1만5천 명의 김천혁신도시 상가 임대료가 어떻게 별 차이가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김 씨는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김천혁신도시에 투자한 상인들은 김천혁신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본 것”이라며“지금도 비싼 임대료를 내지 못해 문을 닫은 가게들이 즐비하다”고 설명했다.

견디다 못한 김 씨는 1일 열린 박보생 김천시장과 김천혁신도시가 있는 율곡동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박 시장에게 이 같은 현실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 씨는 “사람들이 주말에 떠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김천혁신도시를 만들 방안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는데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해 아쉽다”며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 김천혁신도시를 떠나면서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가게가 문을 닫으니 일반 손님은 갈 곳이 없어 구미 등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악순환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주 공공기관 직원들의 김천혁신도시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문화 인프라 등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김천으로 와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김천시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김천혁신도시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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