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스마트 시대, 일손 줄이고 소득 늘리고 일석이조

토마토 수경재배로 부농의 꿈을 이뤄가는 김인수, 윤옥희 씨 부부.

“스마트 팜으로 수확량이 크게 늘고 품질도 향상됐지만 인건비는 대폭 줄었습니다”

귀농 8년차인 김인수(44) 씨는 요즘 들어 농사짓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마트 팜 시스템을 활용해 토마토를 재배하면서 소득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할 때 세운 자신의 꿈이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김 씨는 지난해 연말 경주시로부터 스마트 팜 시스템을 보급 받아 수경재배로 키운 토마토를 본격 출하하면서 부농의 꿈에 부풀어 있다.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 한 ‘스마트 팜’이 우리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 팜 기술 보급은 농작업의 시간적, 공간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삶의 질이 개선돼 우수 신규인력의 농촌 유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스마트 팜’

경주시는 지난 2015년부터 지역의 토마토, 시설고추, 한라봉 등 시설원예 농가를 대상으로 스마트 팜 기술을 보급했다.

특히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경주 토마토 재배 농가에 사업비 50%를 보조하면서 수경재배 기술을 확대·보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18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을 통해 현재 2ha에 불과한 수경재배 농가를 20ha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농업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스마트 팜 신기술을 지속해서 확대·보급할 방침이다.

스마트 팜은 기존에 짓던 시설원예 농사에 ICT 설비를 접목해 비닐하우스 내부의 환경제어로 1년 365일 생산이 가능한 지능화된 농장을 일컫는다.

즉 비닐하우스 안에 자동개폐기·카메라·측정센서 등을 설치해 온도·습도·바람·토양·산도 등의 다양한 내부 환경정보가 PC 및 휴대폰으로 전달, 원격제어가 이뤄지는 ‘원스톱관리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작물 생육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생육환경을 조성해 노동력, 에너지, 양분 등을 종전보다 덜 투입하고도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 제고가 가능하다.

ICT를 접목한 스마트 팜이 보편적으로 확산 되면 투입요소의 최적 사용을 통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미래성장산업으로 견인할 수도 있다.

△ 토마토 수경재배 기술 확대보급

경주시는 지난해부터 ‘토마토 수경재배기술 보급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팜 구축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농업인들의 걱정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기존의 토양재배 방식에서 벗어나 수경방식으로 토마토를 재배하는 사업에 모두 8농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묘목을 심어 약 3개월이 지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토마토를 생산하기 시작해 올 7월까지 8개월 동안 수확하게 된다.

토마토 수경재배기술 보급은 기존의 단동하우스와 1-2W형 연동하우스, 그리고 대형연동하우스 3가지 유형의 하우스에서 시행됐다.

이처럼 다양한 시설형태는 토마토 농가 및 귀농인에게 기존시설에서 수경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시켜, 수경재배로의 전환 문턱을 낮추는 좋은 계기가 됐다.

여기에다 컨설팅도 시설형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도하고 있다.

봄, 가을 2회의 단기재배 방식에서 1회의 연중재배 전환으로 노동력 경감과 생산성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토마토 수경재배는 토양이 아닌 코코넛 야자 열매껍질을 가공한 배지에서 키우며, 자동 양액공급장치를 통해 시기별로 정확한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또한 연작장해와 토양 전염성 병해충이 없으며, 특히 토양재배 대비 노동량은 50%로 줄이고 생산성은 200% 이상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줄어든 노동량은 농가 고령화 대비와 삶의 질을 개선하며, 연중생산을 통해 토마토 단가의 시기별 등락에 따른 소득변동을 줄일 수 있다.

토양재배 대비 2배 이상의 생산성은 수경재배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경주시는 토마토 수경재배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2015년 농업대학 토마토 과정을 개설해 수경재배 이론교육과 수경재배농장 견학을 추진했다.

현재도 정기적인 전문가 컨설팅과 새로운 기술 및 교육을 지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농업현장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농가 고령화, 농산물 가격하락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마토 수경재배방식은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팜 도입으로 부농 꿈 이뤄

경주에서 포항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 강동대교 인근인 강동면 오금리 마을 입구 들판에는 여느 비닐하우스 보다 규모가 웅장한 온실 하우스가 있다.

주변 비닐하우스보다 배 이상 높은 이 시설은 올해로 귀농 8년 차를 맞는 김인수(44), 윤옥희(43) 씨 부부의 꿈이 영글어 가는 ‘아람농장’이다.

아람농장은 지난해 총 5억여 원을 투자해 6연동 하우스에 수경재배 자동화 시설을 설치한 스마트 팜이다.

이 농장을 들어서는 순간 기존 비닐하우스와는 차원이 다른 선진화된 온실 환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을 제어하는 실내외 환경 센서가 눈에 띄고 토양환경감시센터, 작물생육환경제어시설, 관수 및 양액 등 관수관리장치와 통합 관제 사무실도 있다.

3천300여㎡의 넓은 온실 바닥은 방수포로 덮여 있어 흙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토마토 줄기는 토양재배와는 달리 1m 높이에 설치한 배지에서 자라면서 싱싱한 토마토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바닥에는 1년 내내 일정한 온도를 공급하는 지중냉온풍기가 설치돼 있으며, 겨울철 하우스 온도유지를 위한 온수난방 장치 겸 토마토 운반 장치인 ‘튜브 레일’도 보인다.

지난해 9월 심은 8천여 그루의 묘목이 벌써 8~9단까지 자라나 지난해 12월부터 싱싱한 토마토를 본격적으로 수확하고 있다.

30단 재배를 목표로 오는 7월까지 토마토 수확을 계획하고 있는 김 씨는 올해 재배실적을 생산량 100t에 매출 2억 5천만 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김 씨가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로 관리하고 있는 토양재배 토마토 농장보다 무려 5배나 높은 생산실적이다.

더욱이 아람농장의 높은 생산성에 비해 투입되는 노동력은 김 씨 부부와 김 씨 어머니(68) 단 3명뿐이다.

일손을 줄이고도 생산량은 증가하고 품질도 향상되는 스마트 팜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안동이 고향인 김 씨는 부산에서 1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경주로 귀농을 한 후 처음에는 강동면 모서리에서 시금치, 대파 등의 엽채농사를 했다.

하지만 새벽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종일 매달려도 인건비를 제외하면 수익이 별로 없어 재미가 없었다.

그 후 김 씨는 귀농의 꿈을 이루기 위해 4년여 동안 경주시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선진지 견학을 통해 수경재배로 눈을 돌려 토마토 재배에 나섰다.

김인수 씨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재배환경이 위생적이며 식물생육이 빠르고 수확량도 월등히 많은 뿐만 아니라 무공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스마트 팜이 힘들고 고되게 농사짓는 시대를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귀농할 때 세운 1만㎡ 정도의 대형 농장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대도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직접 납품하는 목표가 곧 실현 될 것”이라며 구릿빛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적 생육환경을 유지 관리하도록 제어하는 스마트 팜 환경제어 시스템.
온도, 습도, 양액농도, 산도 등을 제어하는 수경재배 통합제어 장비.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하고 있는 싱싱한 토마토가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수경재배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아람농장 내부는 기존 농장과는 달리 친환경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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