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학 교육부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경산 문명고 홈페이지.
학생과 학부모, 전교조 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경산 문명고에 채택 여부에 전국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경북교육청 연구학교 심의위원회의 재심의를 통과했으며, 교육부 장관의 승인인 남았으며, 신청 결과는 20일 발표 예정이다.

15일 연구학교 신청 마감 이후 학생, 학부모, 교사들 간 갈등을 겪으면서 문명고 김태동 교장이 17일 “23일까지 연구학교 관련 최종 결정을 하겠다”며 장고에 들어가 김 교장의 결정이 20일 교육부의 신청 결과 발표와 관계없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다음 달부터 연구학교를 운영할 계획이었던 교육부는 고민에 빠졌다.

문명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인데 이 학교마저 승인하지 않으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운영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된다.

국정교과서 현장 적합성 검토단계부터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가 한 곳도 없더라도 보조교재 형식으로 원하는 학교에 무상 배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현재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올해 국정 역사교과서는 연구학교에서만 쓰도록 장관 고시 등이 규정하고 있어 일반 학교에 보조교재로 배포하면 법에 어긋날 여지가 있다.

또 보조교재로 쓴다 해도 교사가 임의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와 교과협의회를 거쳐야 한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등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국정교과서 자체가 존·폐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문명고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승인해도 여전히 말썽은 남아있다.

연구학교 신청 마감일인 15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주 경북항공고와 구미 오상고, 경산 문명고 등 3개 학교가 경북교육청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북항공고는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절차인 학교운영위원회를 정족수 미달로 아예 열지 않아 경북교육청의 재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탈락했다.

오상고도 연구학교 신청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와 학생 등의 반발이 거세져 16일 연구학교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이들 두 학교가 신청과정에서 철회나 탈락한 가운데 문명고는 연구학교 신청 과장에서부터 절차상 논란의 여지가 크다.

14일 열린 학교운영위원회 1차 표결에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후 학교장이 운영위원들을 설득해 2차 표결을 거친 결과 찬성 5표, 반대 4표로 간신히 신청 안을 통과시키는 등 편법 의혹에 휩싸였다.

여기다 연구학교 신청서에 교장 직인도 찍지 않고 서류를 제출하기도 했으며, 경북교육청의 연구학교 운영지침에 교원 동의율이 80%를 넘어야 연구학교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경북교육청이 이런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연구학교를 둘러싸고 학교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지난 6일 학내 교사 10명으로부터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 반대 서명을 받아 학교 측에 전달한 부장 교사의 보직을 해임하고 또 다른 1명을 담임에서 배제했다.

이에 반발한 학생 100여 명은 17일 오전 학교운동장에 모여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의견을 무시한 만큼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밤에도 학부모 30여 명과 함께 4시간여 교장실 앞에서 농성한 뒤 주말을 지나 다음 주 월요일 다시 모이기로 하고 해산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반대하는 글이 올라와 1천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문명고의 신청과정 편법 의혹과 절차상 하자, 해당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 지면서 교육부가 연구학교 승인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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