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환경파괴"·행정기관 "경제효과" 곳곳 다툼

▲ 태양광발전소.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대체에너지 자원 지역경제 활성화의 명목으로 청정 지역 경북 북부 산간에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허가를 내준 행정기관은 ‘환경파괴’와 ‘경제효과’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께 예천군 은풍면 부초리 주민 40여 명은 예천군청에서 태양광발전 시설 건립 주민 결사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최근 부초리 임야 1만2천㎡의 태양광발전 사업 계획이 군청에 제출돼 심의 중”이라며 “지난해에도 이미 이곳 개발 사업이 불허가됐다”며 인근 경관훼손과 토사유출, 산림훼손 등을 우려해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경북에는 2016년 12월 말까지 허가된 태양광 발전소는 총 4천564. 이 중 1천932개 가동 중이고 2천632개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 단위는 상주시가 687곳으로 가장 많았고 영주시 542곳, 영천시 297곳, 안동시 288곳, 김천시 271곳, 구미시 221곳, 포항시 138곳 등이다.

군은 예천군이 294곳으로 가장 많았고 의성군 256곳, 영양군 225곳, 성주군 152곳, 군위군 149곳, 청송군 113곳 순이다.

태양광발전소가 산림지역에 설치될 경우 과다한 면적을 차지해 오히려 저탄소 녹색성장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설사 지자체가 발전소를 유치한다 해도 임야만 훼손될 뿐 세수 증대나 고용유발 효과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태양광발전 시설의 인허가 제도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설치 지자체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경북 영양군 영양과 청송·영덕주민 100여 명이 영양시장에 모여 풍력발전소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영양군이 석보면 홍계리 주산 정상(해발 680m)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허가해 환경이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 피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허가해 환경권과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했다.

경북의 풍력발전소는 영양군이 59기, 영덕군이 24기, 경주시가 8기, 포항시 3기 등 총 94기가 가동 중이다.

영양군에는 2009년 6월 석보면 맹동산에 1.5㎿급 41기를 시작으로 7년여만인 지난 3월 현재 풍력 발전소가 59기나 들어섰다.

최근에는 발전업체가 홍계리 주산에 3.3㎿급 풍력발전시설 22기가 추가로 만들기 위해 산 정상을 깎는 등 공사 중이다.

주민들은 주산 풍력단지 건설사와 영양군이 산림청 권고를 무시하며 발전시설 수만 줄이고 발전용량은 오히려 늘여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양과 영덕에 걸친 곳에 풍력발전시설(영양 5기, 영덕 2기) 건설 허가가 나 착공을 앞두고 있다.

석보면 토산리 포도산 일대, 삼의리 등에도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허가를 받아 풍력발전 건설을 위한 적합도 등 평가가 진행 중이다. 평가가 끝나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건설에 들어간다.

영양읍 무학리∼무창2리에 걸친 무창산과 청기면 구매리∼입암면 금학리 속칭 ‘장갈령’에도 업체들이 44기를 건설하려고 한다고 환경단체와 주민은 밝혔다. 계획대로 되면 영양에만 130기가 넘는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경북 북부 곳곳에서 풍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주민과 발전업체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다.

청송군 안덕면·현서면·현덕면 등에 걸쳐 있는 면봉산에도 풍력발전시설(10기) 건설 허가가 났다. 발전회사는 추가로 14기를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피해 대책도 없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고 한다”며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풍력발전소.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황학산 일대에도 2014년 한 발전회사가 500억 원을 들여 3.2㎿급 풍력발전기 5기를 세우려고 했으나 주민 반대에 막혔다. 안동시는 주민 동의가 없으면 허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민들은 풍력발전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유해 전자파 피해와 환경파괴를 들고 있다.

전자파, 소음 등이 벌(蜂)에 영향을 끼치면 농사에 필요한 수정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발전·송전 과정에서 생기는 저주파가 가축은 물론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한다.

풍력발전시설로 산양 등 멸종위기종 생물의 백두대간 보금자리가 파괴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영양은 속칭 ‘칼산’(정상부 경사가 급한 뾰족한 산)이어서 발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정상 부분을 30m 이상 깎아 내고 옹벽까지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주산 정상 부근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업체는 벌써 진입로 등을 건설하며 산을 파헤치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도 많이 베어냈다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변에는 산양, 사향노루, 담비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치면 땅값 등에도 부작용을 미쳐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더구나 풍력발전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가는 발전업체가 지역기여도는 낮다고 지적한다.

정휘두(51) 영양희망연대 사무국장은 “영양에 맨 처음 들어선 맹동산 풍력발전소가 5년 이상 300억∼350억 원을 벌어간 것으로 추정하는데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을 내세워 하지 않는 등 군청이 주민보다 발전소 측을 위해 일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모(52)씨는 “다른 시·군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풍력발전 허가를 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양군만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 등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줘 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 반대에도 허가를 내준 영양군은 지역 발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군에 따르면 현재 가동하는 영양 풍력발전시설 59기가 생산하는 평균 전기량은 120.9㎿ 안팎이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6만5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고 경북 경산시민(약 27만 명)이 쓰는 전력과 맞먹는다.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풍력발전시설 건설 과정에 지역 기업과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기술인력 양성 등 다양한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군 관계자는 “운영 중인 발전소 2곳은 기본지원사업, 특별지원사업 등으로 30억여 원 넘게 지역에 환원했다”며 “주민을 위해 지원을 더 할 수 있도록 풍력발전시설이 과세대상이 되도록 하는 등 세법 개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풍력발전은 태양광과 함께 대표적인 신재생 대체에너지다. 앞으로 풍력발전시설 건설 과정에 주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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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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