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철호 신한울원전 2건설소 기전팀 차장

글로벌 시대에는 자본과 인력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리는 지금, 외국 백화점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서 각 가정에서 직접 구매가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듯 정보 디지털 발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게 하였다.

하지만 현대의 모든 재화가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전기에너지는 시간과 공간에 얽매여 있는 공공재이다. 유선으로 연결되고, 실시간으로 전원이 공급되어야 한다. 또한, 공급이 부족하다고 당장 증가시킬 수 있는 재화도 아니다.

따라서 정확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생산설비를 장기간 준비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은 반도국가지만 남북으로 갈라져 육로 이동이 불가능한 정치적 ‘섬나라’인 셈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에너지 안보’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간 일관된 원전 정책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이룩하였다. 안정적인 원전에너지는 우리 경제의 밑거름이 되었다. 골프공 크기의 우라늄 1kg만으로 석유 9천 드럼, 석탄 3천t에서 얻게 되는 에너지와 같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68원/kWh로, 유류 109원/kWh, LNG 92원/kWh, 석탄 73원/kWh보다 가장 경제적이다. 이렇듯 원자력발전이 우리 경제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원자력이 가지는 위험성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원전 폐쇄정책을 추진하였으나, 최근 원전 점유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대체 에너지 부족과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선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원전을 다시 선택하게 된 것이다. 최근 영국 정부는 3기의 신규원전 건설을 승인하였고, 11기의 추가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3개 국가에서 60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더욱이 우리는 석유 강국 UAE에 4개 원전을 수출했다. 한국이 발전된 원자력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원전에 대한 40년 동안 일관된 정책으로 확보한 원전 건설 및 운영기술 전문 인력과 원전 자재 공급망을 유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조선뿐만 아니라 원전기술도 글로벌 시장이 인정하는 기술이다. 우리 스스로가 원전에 대한 위험성만을 부각해 원전건설을 외면한다면 이는 곧 중요한 기술자산과 에너지 안보를 잃게 되는 것이다.

최근 사드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의 보복이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경제에 활력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도 원전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을 우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아 어렵게 쌓아온 기술을 사장시키는 우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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