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급→검사장급 한단계 하향…전례없는 인적쇄신 시발점 되나

19일 전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연합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것은 검찰 개혁을 위한 인적 청산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전임 중앙지검장이 연수원 18기인 이영렬(59) 검사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수가 무려 다섯 기수가 내려간, 전례가 드문 파격 인사다.

소속 검사 200명이 넘어 단일 검찰청으로 검찰 최대 수사 조직이자 최고의 수사 요원이 포진한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검찰 내 ‘빅2’의 요직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장이 2005년 고검장급 자리가 된 이후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고검장급이 임명되는 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주요 수사를 지휘하며 인사권을 틀어쥔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눈치를 보거나 외압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검사장 승진 대상인 차장검사급인 윤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것도 이런 폐단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개선책으로 풀이된다.

윤 검사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당시 조영곤 서울지검장 등 검찰 지휘부와 갈등을 빚으며 좌천됐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진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던 ‘국정농단’ 의혹 수사를 사실상 재개하려는 포석이 깔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윤 검사가 서울지검장에 오르며 검찰 조직 내에도 거센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찰 수뇌부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법무부 장관은 작년 11월 김현웅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아직 공석이고 검찰총장직도 김수남 전 총장 사임 이후 비어있다.

여기에 ‘돈 봉투 만찬 파문’에 연루된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이날 장관 대행 역할을 해온 이창재 차관마저 사의를 밝혀 법무부와 검찰의 지휘 체계가 사실상 ‘진공’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서울지검장에는 막 승진 임명된 초임 검사장이 포진하며 향후 검찰 인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국면으로 빠져들게 됐다.

향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만으로도 향후 거센 물갈이 인사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서울지검장의 지위가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내려감에 따라 전통적으로 유지돼온 직급 파괴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검사장직인 서울지검 1차장검사의 기수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검사장 자리로 인식된 해당 보직의 직급 하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서울지검 1차장은 연수원 21기인 노승권(52) 검사장이다.

이를 기점으로 연수원 17∼22기 고검장·검사장급 인사는 물론이고 23기 이하 검사의 신규 검사장 진출, 여타 차장·부장검사급 인사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고위간부들의 대거 퇴진이나 전보를 통한 ‘주류’ 교체가 가능한 시나리오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수와 서열 문화를 중시하는 검찰 조직 특성상 이 정도의 ‘쓰나미급’ 인사 태풍에 맞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 여파에 검찰은 ‘충격’과 ‘공포’에 빠진 분위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다들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사상 초유의 파격이라는 말 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사실상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이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예고했던 개혁 작업이 신속하게 뒤따를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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