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석 문경경찰서 남부파출소 순찰3팀장
고슴도치는 등과 옆구리에 털이 변형되어 생긴 갈색과 흰색의 가시가 빽빽이 나 있다.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가시를 지니고 있다.

바늘같이 꼿꼿한 가시를 지니고 어떻게 함께 무리생활할 수 있을까?

“어느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 바싹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가시가 서로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은 추위에 견딜 수 없어 다시 한 덩어리가 되었지만, 가시가 서로 찔러 다시 떨어졌다. 이처럼 두 악 사이를 오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상대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발견했다.”

이 글은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여록과 보우’에 있는 글이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 고슴도치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공존의 삶을 위한 적당한 거리의 발견이 필요하다.

벌은 꽃에서 꿀을 따지만 꽃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오히려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꽃을 도와주듯 사람들도 자기가 필요한 것을 취하면서 상처를 남기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다면 아름다운 삶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아름다운 삶의 균형점은 ‘우분투(Ubuntu)’라는 남아프리카 줄루족의 인사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분투란 ‘네가 있기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정신의 기초이기도 한 우분투는 ‘사람이 사람인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다’라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즉 모두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분투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디에서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성공을 할 것이다.

우분투는 더불어 사는 삶이 중요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기쁘고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것이 공존의 삶을 위한 아름다운 균형점이다.

필요 이상의 것을 갈구하는 욕심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세상의 갈등과 다툼이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소중한 삶에 욕심만 채우기보다 나눔의 손길을 채우며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욕심의 차이를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갈등의 싹을 없애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의 균형점을 통해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해로 나의 입장을 먼저 내세우는 모습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

공존을 위한 노력은 기꺼이 상대를 배려,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다툼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바로 아름다운 삶의 균형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아름다운 삶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거리 구분이 아니라 함께하는 배려이다.

모두가 모두를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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