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봄 진해 내항.우리나라 첫 핵실험이 이승만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졌다. 바다에 설치된 부표가 ‘퍽’하며 폭파됐다. 소리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이 실험을 주도한 일본인 오카다(崗田)는 “이 폭발은 10볼트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100만 볼트에서 만들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과는 비교될 수 없는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고압 발전만 하면 원자탄 수소탄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우물쭈물하다 대만에 뺏긴다’는 독려에 극비리에 ‘모셔온’ 노인은 자신 있게 설명했다.일본이 태평양 전쟁 막바지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단지 게으른 여자만 있을 뿐이다” 화장품 기능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화장(化粧) ‘Cosmetics’는 희랍어 ‘Kosmos’(우주)에서 유래한다. ‘우주 질서’에 순응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녹아 있다. 역사가 5만 년 전으로 올라가는 화장은 종교의식으로 시작해 인류 보편적 욕구로 진화했다. 고대 이집트 여성 화장은 매우 화려했다. 요즘 첨단 화장술에 못지않았다.중국도 화장술이 뛰어났다. 당나라 현종의 며느리에서 귀비로 신분이 바뀐 양귀비가 대표적이었다. 매일 새로운 화장법으로 현종을 유혹했다. 현종은 ‘말
삼춘(三春) 고한(苦旱) 가문 날에 감우(甘雨) 오니 즐거운 일. 봄철 석 달 동안이나 계속된 모진 가뭄 끝에 내린 다디단 비처럼 반갑고 즐거운 일을 빗댄 속담이다. 농부들은 봄 가뭄이 계속되면 흉년이 들 걱정에 애가 탄다. 논에 못자리도 못 하고, 밭에 씨앗도 뿌리지 못하는 지경에 기다리던 단비가 흩뿌리는 즐거움을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 ‘춘향전’에서 춘향이 이도령과 재회한 기쁨을 이 속담으로 비유했다.육당 최남선은 ‘감우(甘雨)’라는 시에 “이 비의 한 방울이 한 알 곡식 될까 하매/ 우리들 벌써부터 배부르지 아니한가/ 울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1970년 6월 청와대. 박정희 대통령과 정일권 국무총리, 김학열 부총리, 최규하 외무장관, 이낙선 상공부장관, 이후락 주일대사, 김정렴 비서실장이 마주 앉았다. 분위기는 납덩이를 매단 듯 무거웠다. 박 대통령이 말문을 열었지만 침묵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그보다 며칠 전 정부는 1~7 광구를 포함하는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고 대륙붕 영유권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일본이 우리의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한·일 간 외교 마찰이 빚어지고 있었다.일본 의회가 ‘한국에 대한 경제 협력 중단’을 요
인공지능 전문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지난달 14일 인공지능 챗봇 GPT-4를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챗GPT를 처음 출시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챗GPT 출시 당시 올해 상반기 중에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GPT-4는 빅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처럼 추론해서 재구성해 내는 능력이 탁월해서 체험자들이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L. 프리드먼은 지난주 칼럼에서 인간의 언어를 거의 정복한 듯 보이는 이 거대언어모델 기반의 AI 등장을 ‘새
기무사령관은 대통령의 ‘심복 중 심복’이 맡는 권력의 핵심이었다. 지휘 계통으로는 국방부 장관이나 참모총장보다 아래지만 대통령과 직거래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특수 관계로 인해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군 내부뿐 아니라 민간 정보 수집도 업무 범위 내에 있었다. 대통령과 독대해 보고하는 ‘지참보고’와 밀봉돼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중보’ 두 가지 방식으로 정보가 생산됐다.시대에 따라 이름이 특무대와 방첩대 보안사 기무사로 바뀌었지만, 위세는 변함이 없었다. 두 명의 대통령과 다수의 육참총장, 국회의원을 배출한 막강한 조직이다. 전두환
중국의 한 왕이 노자(老子)를 찾았다. 그에게 최고 재판관 자리를 맡아 달라 청하며 공명정대한 재판을 부탁했다. 노자가 한마디 던졌다.“내가 하루밖에 있지 못할 것이오.”다음날 노자는 물소를 타고 입궐했다. 마침 임금과 절친한 중국 최고 부잣집 도둑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노자는 사건 전말을 들은 뒤 판결했다.“물건을 훔친 도둑과 주인 모두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부자가 반발했다. “물건을 잃은 내가 왜 도둑과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까?”“당신이 너무 많은 재물을 끌어모으는 바람에 이렇게 도둑이 생긴 것이오. 도둑은 종범이고 당신
미국에서는 경찰관을 ‘폴리스맨(policeman)’ 대신 ‘폴리스 오피서(police officer)’, 소방관을 ‘파이어맨(fireman)’ 대신 ‘파이어 파이터(fire fighter)’라 부른다. 폴리스맨과 파이어맨이 남성 위주의 성차별적 표현이라는 지적에 따라 성 중립적 단어를 따로 만들어 쓰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편견이 드러나지 않는 용어나 표현을 쓰자는 운동을 ‘PC(Political Correctness)’라 한다. ‘정치적 올바름’으로 풀이되는 PC주의는 1980년대 미국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사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헌법 40조는 국회의 입법권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의 적법한 벌률안 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대전제로 한다.그런데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공개된 판례 중에 입법권의 변칙 오용이 의심되는 법률이 눈에 띈다.2012년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의 제87조 제1항 단서조항이다. 택시운전 자격 취득자가 강제추행 등 성범죄로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자격을 반드시 취소하도록 돼 있다. 사회 통념상 당연시 될 수 있다.하지만 이 단서조항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에는 없었다. 상임위에서 논의됐지만 본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밥 먹는 일이다. 입성(衣)을 먼저 쳐서 의식주(衣食住)라 했지만 사실 먹성(食)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옛사람들은 “내 일신 외 다른 것이 있을 수 없고, 먹는 것이 제일 크다(신외무물 식이위대·身外無物 食而爲大)”면서 객지에 나가는 자식들에게 “밥 잘 챙겨 먹어라” 당부했다.공자 역시 ‘예기(禮記) 예운편(禮運篇)’에서 “먹고 마시는 것과 남녀의 정은 사람의 가장 큰 욕망이 머무는 곳(음식남녀 인지대욕존언·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이라고 했다. 거창한 인문학적 담론보다 삼시
미국에는 헌법재판소가 없다. 대신 연방대법원이 헌법 관련 사건을 최종 판결하고 있다. 대법관은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상원이 표결로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임기는 없다. 은퇴나 탄핵 또는 사임하기 전까지 자리를 유지하는 종신제다.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8명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은 ‘정의의 화신’을 나타내는 ‘저스티스(Justice)’로 부른다. 일반 법관을 뜻하는 ‘저지(Judge)’와 다르다. 통상 보수와 진보 비율이 5대 4로 구성된다. 이념적인 재판은 대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정의의 화신’이라지만 대법관의 정치적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평안도 곡산 부사로 있던 정조 23년 (1799년). 괴질이 돌았다. 다산도 괴질에 걸려 심한 오한이 나는 바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을 보아야 했다.노인이 괴질에 걸리면 대부분 죽었다. 다산은 괴질이 북쪽 의주에서 시작된 점으로 미뤄 청나라에서 넘어왔을 것으로 짐작했다. 청나라 사신 영접을 담당하는 칙수감리(勅需監吏)를 불렀다. 사신영접 때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용수석(龍鬚席) 돗자리입니다”사신이 황해도 배천 강서사에서 짠 용수석 돗자리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서사에 가까
우주개발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미국 우주항공국(NASA)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스페이스X’다.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지구의 식물이 들어있는 작은 온실을 화성으로 발사해 대중들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NASA의 예산을 늘리게 하겠다는 ‘화성 오아시스’ 계획에서 출발했다.2002년 5월 설립된 스페이스X는 세계 최초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상용 우주선 발사, 궤도 발사체 수직 이착륙, 궤도 발사체 재활용,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 도킹 등이 모두 세계 첫
올여름 양식문어가 우리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스페인의 한 수산물기업이 양식에 첫 성공한 문어를 한국과 중국, 지중해 국가로 수출한다고 밝혔다.동물보호단체들은 문어 양식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능이 뛰어난 문어를 가둬 키우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고 주장했다. 또 영하 3℃의 슬러시화 된 얼음물에서 얼려 죽이는 도살 방법도 잔인하다고 반발하고 있다.육식동물 문어는 양식이 어렵다. 단독생활 습성 때문에 자기 영역을 침범하면 동족 문어라도 잡아먹어 버린다. 양식할 수 없는 이유다. 독에 갇힌 문어가 자신의 발을 뜯어 먹으며 무
“‘풍기(豊基)의 유학 도시복(都始復)은 성실함과 효성이 평소 드러났으니 마땅히 아름답게 여겨 포상하소서’라고 암행어사 이도재가 건의했다. 건의에 따라 왕이 윤허하였다.”조선왕조실록 20권, 고종 20(1883년)년 9월 23일 자에 나오는 기사다. 효자 도시복(1817~1891년)은 철종 때 태어난 사람으로 효성이 지극해서 고종이 효자로 정려(旌閭·충신, 효자, 열녀 등을 그 동네에 문을 세워 표창하던 일)했다.실록에는 풍기 사람으로 나와 있지만, 지금의 경북 예천군 상리면(2016년 효자면으로 개칭) 사람이다. 도시복은 숯을 팔
“한·일 양국은 명예롭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들춰내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공동의 이념과 목표를 위해 친선 관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1961년 11월 11일 일본 도쿄에서 이께다 하야또(池田勇人) 총리와 마주 앉았다. 사상 첫 한·일 정상회담 전 환영만찬 자리였다. ‘과거를 딛고 미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불편했지만 ‘한강의 기적’ 첫 단추가 됐다. 지금도 이 제안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는
“우리에게 가해진 사이버공격에 대해 미국은 시기와 장소를 정해 정당한 군사적 대응을 할 권리가 있다.”지난 2011년 7월 ‘윌리엄 린’ 미 국방부 부장관은 사이버 공격에 물리적 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해커들의 활동 거점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인했다.이 발표 넉 달 전 미국 펜타곤(국방부)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미사일 추적 시스템과 위성항법 장치 등 2만4000여 개의 파일이 해킹 당했다. 사상 최악의 국방부 해킹 피해로 기록된 이 사건 피해액이 무려 1조 달러.미국은 사이버 공간을
4대 명주(名酒)니 10대 명주니 중국인들의 술 자랑은 대단하다. 그 가운데 최고는 구이저우마오타이주(貴州茅台酒)다. ‘중국의 향기’로 부르는 마오타이는 수수(高粱)를 원료로 한다. 2000년 역사의 이 증류주는 1915년 미국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따서 국제적으로 알려졌다.마오타이는 중국 외교의 상징이자, 외교 그 자체라고도 한다. 1972년 중국 공산당 당수 마오쩌둥(毛澤東)이 미국 대통령 닉슨에게 이 술을 대접했고,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일본 다나카 총리에게 이 술을 자랑했다. 중국 공산당 대장정 때는 병사들의 상처 소독제
기원전 218년.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은 28살의 젊은 나이에 코끼리를 타고 10만 병력과 함께 알프스를 넘었다. 그는 그 후 15년 동안 이탈리아를 철저하게 유린했다. 400개의 도시가 폐허화 됐으며 로마인 30여만 명이 죽었다. 남부지역은 아직도 그때 피해를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본국의 귀환 명령으로 철수한 한니발은 로마 스키피오 장군에게 쫓기다 결국 ‘비티니아’로 망명한다.하지만 은거지가 드러나 로마군에게 포위당했다. 퇴로가 완전 차단되자 맹장은 독약으로 ‘명예자살’을 선택한다.일본 센고쿠시대(戰國時代)를 풍미
“두부를 누르지 않으면 연하게 된다. 이것을 잘게 썰어 한 꼬치에 서너 개 꽂는다. 흰 새우젓국과 물을 타서 그릇에 끓이되, 베를 그 위에 덮어 소금물이 빠지게 한다. 그 속에 두부 꼬치를 거꾸로 담가 끓여서 조금 익었을 때 꺼낸다. 따로 굴을 그 국물에 넣어서 끓인다. 잘 다진 생강을 국물에 타서 먹으면 매우 부드럽고 맛이 좋다.”홍만선(1643~1715)의 ‘산림경제’에 나오는 ‘연포탕(軟泡湯)’ 레시피다.연포탕의 레시피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변했다. 조선 중기까지는 연두부를 사용했지만 18세기에 와서는 굳힌 경두부를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