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는 ‘검은 돈’이 문제다. 검은 돈은 고슴도치 같이 야행성이고 곤두세운 가시처럼 방어생리가 강하다. 그 음습한 구린내가 정치를 질식시키고 나라발전을 막는 족쇄가 되었다. 감성에 매달려온 우리정치의 반이성적 원형질이 만든 파국이요 불러들인 화근이다. 1천300억원의 비자금횡령으로 현대차 정회장이 구속 수감되었다. 뭉칫돈이 흘러간 궤적을 따라 정치판의 ‘쓰나미(海溢)’로 요동칠 것이다. 특히 2002년 대선 때 비자금이 집중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정경유착의 극치였던 ‘차떼기’로 온 나라를 들쑤셨는데 또다시 검은 ...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27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 관련법안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사위로 넘겼다. 이에 한나라당은 ‘날치기 변칙처리’라며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 법 역시 행정구역 개편이나 사학법처럼 유야무야되는 건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비슷한 정치적 관습으로 오스트라키스모스 라는 제도가 고대 아테네시대부터 있었다. 어떤 권력자가 국가나 지역사회의 안정을 해칠 염려가 있을 때, 그를 추방할 수 있게 만든 제도였다. 정해진 날에 시민들이 모여서 권력자의 이름을 적...
주로 소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4백여만 명의 절반 정도가 월 평균 42만원 소득에 지출은 220만원에 달한다는 통계에 접한 적이 있다. 턱없이 과장된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수준이 낮고 부모로부터도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현실만은 부인될 수 없을 것 같다. 젊은 사람 중 대졸 출신이라 하더라도 이름 있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졸업자 간 격차가 더 커지고,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소문난 집과 그렇지 못한 집 간의 매출 격차가 예전보다 훨씬 더 커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 언론이 국민을 김칫국 먹였던 적이 있다. WBC 월드컵이 진행되던 미국 한 야구장의 푸른 도깨비 물결은 순수했고 열정적이었다. 3만7천명 수용의 메인스타디움에는 한인들 3만여명이 삼삼오오 남부여대하여 자리를 꽉 메우고서 아메리카가 기울도록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쳐댔었다. 배달민족만의 감동이고 5천년이 녹아내린 눈물이었다. 승리의 쾌감이 그토록 좋을 줄을 몰랐을 리 없다. 코매리카 그들이며 만리건너 본땅 한국에서도 울먹이는 코리아나들이 모처럼 같은 목표 같은 목소리로 눈물겨운 감동의 도가니를 어우르면서 그 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이미지 홍보를 활용하고 있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모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보라색 옷으로 보여주었으며, 다른 후보는 붉은 휘장을 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서 어떤 후보는 자신을 무협소설의 주인공으로 비유한 포스터를 내걸기도 하였다. 바야흐로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후보들이 기업의 상품선전 전략을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상징물을 사용하여 정당이 조직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서 유권자의 정당구별을 돕기 위해 각 정당들이 특...
최근 세계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위기적 사태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우리 한국인에게도 미치고 있다. 우리들은 조직적인 대처는 물론, 개인적인 관점에서의 위기관리에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약 1년 전 돌연 해일이 인도양 주변국을 덮쳤고, 여름에는 허리케인?카트리나가 미국남부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초래했다. 이라크에서는 2004년 5월에 한국인 청년이 테러집단에 의해 피살 되었으며, 2006년 3월에는 용태영 특파원이 피랍되었다가 풀려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얼마 전 우리 선원 25명을 태운 채 소말리아 근처 바다...
마시멜로? 대체 마시멜로가 뭘까? 마시멜로는 미국인들이 즐겨먹는 일종의 부드러운 캔디다. 특히 마시멜로로 만든 달콤한 과자들을 미국어린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코파이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내용물이기도 하다. 올 들어 우화형 자기계발서들이 베스트셀러의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세계적인 대중연설가이자 지기계발 전문가인 호아킴 데 포사다가 쓴 ‘마시멜로이야기’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기계발 공부들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에서 아이들의 욕망과 자제심에 관한...
사람들은 항상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리라 본다. 이와 같이 경주에도 아름다운 배움의 공간이 있다. 비록 일주일에 두 시간 뿐이지만, 한림야간학교에 가면 너무나 행복하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며 감사한 생각이 많다. 연세 많으신 할머니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계층이 다양하다. 평소 한림야간학교 교단에 들어서면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교재 연구는?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 아파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날만은 항상 행복하다. 세상의 어두움을 걷어 내시고 등불을 밝히시는 초롱초롱한 눈...
한명숙 총리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제1야당의 박근혜 대표와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여성시대를 열었다면 한총리의 등장으로 이제 본격적인 양성평등사회로 진입하는 것 같다. 정보화 사회에서 여성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주장은 낯설지 않다. 위계와 서열이 아닌 수평적 경영조직, 부드러움과 청렴성, 유연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류(時流)가 여성적 속성이란 근거에서다. 페미니즘의 원조격인 프랑스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저서 ‘제2의 성’은 여성이 남성과...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프랑스 철학자 루소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명쾌한 문장은 현대사회가 가져온 환경오염, 질병, 경쟁, 인간성상실,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 받는 인간들에게 구원의 소리처럼 다가온다. 이 구원의 소리가 언제부터인지 자본가들에게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의 꽥꽥거리는 소리로 변했다. 자동차, 아파트, 냉장고, 세제, 식품 등 문명이 만들어낸 모든 상품이 자연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제시된다. 그 모든 상품들이 자연 속에 있으며 우리를 자연과 더 가깝게 해주고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
지난 일요일 늦은 점심 무렵 동네 길 한 켠, 택시 안에서 황급히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기사분과 시선이 마주쳤다. 얼른 눈을 돌리긴 했지만 편안해야 할 시간을 훔쳐본 것 같아 미안했다. 한편으로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연일 터져 나오는 수십 수백 억의 검은 돈의 연루자인 정치인들이나 ‘철밥통’ 관료들은 이 현실을 알고는 있을까? 물론 그 기사분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먹는 음식이 아닌 집음식을 먹어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길 다니는 택시의 십중팔구는 빈차며 길목이 괜찮다 싶은 곳이면 손님을 기다리며 늘어선 수...
황사가 하늘을 온통 흙먼지로 뒤덮고 있다. 황사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시아 대륙의 일부에 사막화가 진전되기 때문이란다. 인간이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켜 그 결과 앞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봄이면 온 국민이 식수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수로 인한 산불이 많이 발생하여 식목일의 취지를 무색케 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는 봄비가 잦아 산불이 적었다. 이 또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의 힘은 아무 것도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모든 국민이 푸른 산을 원하고 있고 아름답게 보존되기를 원한다. ...
지천에 꽃들로 수놓은 4월의 봄이 만연해지고 있다. 자연 속에 펼쳐지고 있는 이 장엄한 광경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한 없이 설렌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저 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이 각양각색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러한 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우리 곁에 영영 잡아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4월의 불청객 황사나 세찬 바람이 우리 안에서 용솟음치는 봄에 대한 열정을 반감시켰고, 예기치 않게 내리는 봄비가 가뭄해소에 꼭 필요하지만 꽃잎의 떨어짐을 재촉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다른 종류의 꽃의 행렬...
일본 바이어들은 편지를 교환하거나 상담을 위해 찾아가 만나게 될 때, 먼저 ‘신세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처음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이 말엔 진심이 배어있는 걸 느꼈다.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거만을 부리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신세진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한번은 다소 친해진 일본 상인에게 “신세는 제가 지는 것인데, 그리 말씀하시니 오히려 거북하기만합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는 정색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자기가 사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내가 좋은 물건을 보내...
1995년 지방분권특별법에 의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비록 선언적 수준이긴 하지만 일단은 법적인 장치가 마련되었다. 곳곳에 지방자치제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안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한 문제점 해결은 고사하고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정치의 옭아맴과 딴지의 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주민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배제를 외면한 채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는 벌써 공천 헌금으로 오물 냄새에 뒤덮여 있다. 중앙...
과거에는 외국인을 보기가 어려웠다. 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어쩌다 외국인이 눈에 뜨이면 그 외국인은 구경거리가 되곤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어딜 가나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무엇이 변해서 일까? 세계화의 이유 때문일까?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주로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수십 년 전의 외국인들은 주로 미국인들로서 대부분은 군인이나 군속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참으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방문 또는 장단기간 살고 있다. 지금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소위 3D ...
영국 시인 엘리엇은 그의 서사시 ‘황우지’의 첫 구절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 이유는 4월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뒤흔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다”. 왜냐하면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작은 생명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얼어붙은 춥고 배고픈 계절보다 만물의 소생하는 생명의 시간이 더 괴롭다 못해 일 년 중 가장 잔인한 시간이라는 하는 것은 확실히 역설이다. 죽은 땅에서 새 생명이 자라고 ...
지난 3월 10일, 세계 최대의 전자, 정보통신, 컴퓨터산업 전시회인 ‘세빗(CeBIT) 2006’에 참석하기 위하여 독일의 하노버에 들르게 되었다. 16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전세계 72개국에서 6,100여개의 업체가 참가하여 통신, 네트워크, 디지털가전, 소프트웨어, 사무기기분야 등의 제품을 출품하고 첨단기술을 뽐내었다. 단연코 군계일학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이들의 우수성과 전시규모는 세계 유수 기업들을 압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력의 신장을 실감케 해 주었다. 오늘 본란에서는 CeBI...
프랑스에서는 68 운동이후 근 40여년 만에 학생과 노동자들이 홍수처럼 거리에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렸다. 수백만 명이 연일 26세 미만의 젊은 노동자들을 손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최초 고용 계약제(CPE)’라는 법률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 법의 일부 조항을 완화, 파국을 벗어나려는 시라크 대통령의 계산은 빗나간 것 같다. 필자가 지난 3월 7일자 이 시론란에 게재한 ‘미국과 유럽의 차이’라는 칼럼에서 이같은 사태 발생 가능성을 예단한지 채 한 달도 안된 4월 초에 프랑스에서 일이 터졌다. 설령 노동력 이동의 유연성...
최근 재계에 각종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계는 당초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 바짝 숨을 죽이고 있다. 혹시라도 오해 살까봐 비전선포식이나 창립기념일 등 각종행사를 예년과 달리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자는게 기업들의 전반적인 정서다. 최근 재계의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으라’는 식의 몸조심은 1등기업으로 가는 자세와는 멀어 보인다. 초일류 기업의 바탕에는 자신들에게 매우 엄격한 잣대가 있다. 바로 윤리경영이자 투명경영이다. GE라는 불멸의 기업이 있다. 원래는 가전제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