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험의학이기 때문에 한의학으로서 발전되어 온 진단과 치료법 등은 나름대로의 상당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의학의 치료는 질병의 원인을 중시하여 그 원인을 치유하거나 보정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즉 눈이 아파도 그 병이 간에서 비롯되었다면 눈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간을 치료하면 눈은 자연히 치료가 된다는 논리이다. 반면에 우리가 소위 양의학이라고 부르는 현대 의학은 철저한 과학적 관찰과 증명에 의하여 발달되어온 것으로서 정확한 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원인과 증상을 치료하는...
누구나 자기착각 속에 산다. 스스로 자신은 잘난 사람으로 여긴다. 인물이 따르지 않으면 성격이 좋다고 생각하고 가방 끈이 짧으면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다고 믿는다. 공부까지 했더라면 자기는 한 자리 크게 할 위인이었을 것이라는 백일몽에 잠긴다. 그런 위안꺼리도 없었다면 고해 같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자존심일수록 집요하고 강렬하다. 그만큼 검은 콤플렉스가 깊숙이 기생해 있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으로 만든다. 부부 싸움에도 이런 발상이 통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그나마 ...
어느 영어학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반에 나이가 좀더 들어 보이는 학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사연인즉슨, 중학교 3학년짜리 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생들과 함께 영어를 공부하는 중이랍니다. 이 학생이 학원에 처음 왔던 날, 영어실력을 점검해보니 도저히 같은 학년 학생들과는 함께 수업을 받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합니다. 그래서 실력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이면 반을 새로 만들어보기로 하고 일단은 그 학생을 돌려보냈답니다. 며칠 후 그 학생이 다시 와서는 “제 실력이 초등...
최근 주5일제 근무환경과 국민소득 향상 등으로 도시인들의 웰빙에 대한 욕구가 크게 높아진 시대 트랜드를 대변하고 있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전원생활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 속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언덕 위에 별장을 짓고 생활하는 것을 먼저 떠 올리는 등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다. 이러한 이유는 부유층 중심으로 저택과 같은 별장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형태가 먼저 정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소득 수준도 많이 높아졌고 여가시간의 확대가 확연하게 정착되어 가고 있어 전원생활이 보편적인 도시인들의 ...
1년 전 야당 박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선진화를 위한 4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대통령도 지난 신년 첫 국무회의에서 선진한국을 국정목표로 삼는다며 기염을 토했다. 뭔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 같은 핑크빛 청사진들이었다. 그 후 상당한 세월이 흘러간 요즘, 정가에는 선진화라는 단어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포기한 걸까? 은밀히 진행 중일까? 아니면 이미 선진화가 다 되었다는 뜻일까? 선진화라는 것은 정부와 의회가 합리적이고 성숙된 모습을 갖추는 것이며, 교육이나 사회복지제도가 변덕 그만 지기고 제대로 된 제도를 차분히 정착시키는 것부...
최근 국세청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말까지 국세청이 세금을 잘못 부과하거나 납세자가 세법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 낸 세금에 대한 환급액이 1조2천8백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천1백76억 원에 비해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올해 세금을 잘못 부과해 납세자에게 되돌려 주는 금액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또 국세청이 걷어야 할 세금 중 적게 걷은 과소부과 건수는 지난해 2천359건으로 전년...
오늘날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신봉하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이율배반적인 모순구조로 짜여져 있다. 1인 1표제로 대표되는 평등원칙이 요체인 민주주의에 자유가 접목되면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것이 되지만, 그것이 시장을 지배하는 기본원칙이 될 때는 기업의 주총에서 행사되는 주주들의 투표권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불평등의 등가기준이 된다. 시장에서 소액 주주의 권익은 대주주의 권익에 삼켜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자유란 서양 중세시대에 ‘자유방임’으로 상징되는 시장에서 분출되기 시작한 이념이다. 시장에서는 승자와 패자간 그리고 강자와 ...
며칠 전 아들아이 가을 운동회 날이었다. 아들놈이 좋아서 새벽부터 일어나라고 깨운다. 아내는 김밥을 싸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나보고 좋은 자리를 맡으려면 일찍 가야한다며 빨리 서두르라고 난리다. 학교에 들어서니 맑은 가을 하늘과 함께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친근한 동요자락이 우리를 반겼다. 아! 얼마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이란 말인가? 갑자기 내가 다녔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 아련히 떠올랐다. 운동회날은 우리 동네 축제날이었다. 온 동네 모든 사람들이 학교에 모여 청군백군 나누어‘달리기’‘마스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계자금 등 급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상품 중 ‘가장 마지막에 깨는 것’으로 알려진 보험계약을 만기 전에 해약하는 사람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4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에 국내 23개 생명보험사에서 해약되거나 보험료를 제때 못내 효력을 잃은 해약·효력상실 보험계약 건수가 988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는 외환위기로 인해 보험 해약이 폭주했던 1998년도의 959만 건보다도 많은 규모다. 그런데 해약 건수가 급증한 것과 달리...
동양고전인 예기(禮記)에 보면, 공자가 태산을 지나가다가 한 여인이 서글피 우는 것을 보고 제자들에게 그 이유를 묻게 하니, 그 여인의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자가 그 여인에게 여기를 떠나면 될 것이 아닌가 하고 다시 물으니, 그 여인이 하는 말, 여기에는 호랑이는 있지만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을 두고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 도대체 정치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무서운가? 전통적으로 ...
중국인들이 추석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주장하며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지지하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한다. 추석을 최대 명절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지난해 단오절을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의식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추석마저 한국에 빼앗길 것을 우려해 기선잡기에 나선 것이다. 세계적으로 공통된 농경문화권의 토속신앙은 ‘바알(Baal)’이다. 어원은 소유란 뜻이며 비와 이슬의 신이란 의미다. 주색(酒色)이란 낱말은 이런 ‘바알’신앙의 산물이다. 인류문화사상 최초의 문명 산물은 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경제회복? 인간성 회복? 윤리의식 회복? 합리성 회복? 비록 우리라는 단서를 달아놓았으나 우리가 속한 사회의 성격에 따라서 답이 달라질 것 같다. 아니 모두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우리는 무엇을 골라야 할 것인가?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사회를 이루고 서로 관계를 가지면서 산다. 서로 모여 산다는 것은 상호 의존적으로 서로를 도우면서 공동의 선을 영위하면서 살라는 뜻일 게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면서 자신의 부를 늘리려는 사람...
우리나라는 1989년 민주화이후 세계 다른 어느 나라 못지않게 빠르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정착시키고 있다. 지난 20년간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웃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공정한 선거제도의 확립, 정치지도자의 세대교체, 여성의 정치적 진출 등이 우리나라처럼 빨리 이루어진 곳도 드물다. 그러나 참여정부 3년차에 들면서 정치가, 특히 중앙정치가, 경제 및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상응한 민주적 정치사회를...
옛날 어머니가 솜을 두툼하게 넣어 만들어주신 버선을 신으면 발이 시리지 않아서 좋았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양말을 신었다. 버선보다는 가볍고 멋져 보였지만 구멍이 잘 났고, 추운 날에는 발이 시렸다. 내가 양말을 신었던 역사를 되새겨보니 어느덧 반세기도 훨씬 더 지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짝짝이 양말을 한 번도 신어본 기억이 없다. 지난 여름 뉴질랜드에 갔을 때 들었던 이야기다. 이민을 가서 성공한 동포인 어떤 식당주인은 이웃에 사는 뉴질랜드 6.25참전용사 7명을 해마다 한 차례씩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
고3 딸아이의 사기를 위해 가족이 저녁외식을 나갔다. 음식점 단지로 전국적인 이름을 쌓아가고 있는 대구 들안길, 그 안에 있는 지역에서는 상당히 이름난 M복어집으로 갔다. 음식이 맛있게 조리될 즈음에 종업원이 와서는 차 열쇠를 달라고 했다. 아직 이른 시각이어서 주차장도 충분했고 주차도 정해진 구역에 잘 했는데 왜 그러나 싶었지만 별말 없이 열쇠를 건넸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갔더니 차가 없었다. 어찌 된 일이냐 했더니, 종업원이 가리키는 쪽은 길가 보도블럭, 그 위에 내차가 세워져 있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경차라는 이...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알카에다의 항공기 자살공격으로 5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사건이 발생한지 4년이 흘렀다. 그 참사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테러세력에 대한 무기와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선제공격의 명분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우리나라도 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하는 문제로 여론이 들끓었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
그 동안 실시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여온 교원평가제가 9월중 전국 48개 초·중·고교에서 시범 실시된다. 김진표교육부장관은 가능하면 부적격교원퇴출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교원평가제도는 관련 단체와 협의 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교육부, 교직단체, 학부모 단체사이에 ‘부적격교사퇴출’을 둘러 싼 격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각 단체들은 ‘부적격교원퇴출’원칙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무엇이 부적격인가’에 대한 기준과 부적격교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를 놓고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부적격기준을 ‘성적조작, 성범죄,...
얼마 전 우연하게 보았던 모 방송국 TV 프로의 마지막 장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27세 청년시절 탄광 굴이 무너지는 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어, 손으로 땅을 짚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60세 노인의 이야기였다. 그분은 자신의 몸도 추스르기 힘든 상태에서 앞 못 보는 86세의 치매 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있었다. 이런 노인의 삶 자체에도 깊은 존경이 있었지만, 얼얼한 가슴으로 한동안 할 말을 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그 노인의 마지막 말이었다. “내 몸이 이런데 건강한 사람들의 일을 따라 한다면 ...
낮잠을 곤하게 자고 있는데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사상 준비를 해야되니 빨리 왔으면 하는 눈치다. 생각해보니 아버지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따라나온다. 불을 댕겨 한 모금 들여 마셨다. 목구멍에서 연기가 한번 걸렸다 넘어간다. 창 밖에는 귀뚜라미 가 노래를 하고 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밖으로 나갔다. 집 주위를 걸으며 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으로 안았다. 세상이 맑아지는 것 같다. 아파트 산책로엔 감과 대추나무가 통실통실한 열매를 달고 서있다. 저만치 ...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중에 판 고흐겔이라는 네덜란드의 의사가 있다. 1978년 내가 암스테르담에 있었을 때 그를 만났다. 그는 소아과 의사였는데, 내 아이 둘이 자주 아파 한 동네의 소아과를 찾던 것이 인연이 돼 그 작은 병원의 원장인 그를 알게 됐다. 그는 내 큰 아이가 2차 대전중 세살 때 죽은 자기 막내 동생을 닮았다고 해서 각별히 잘해 주었다. 당시 내 아이의 나이는 네 살이었다. 그는 어려운 한문을 이해할 정도로 동양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는 종종 만나 술을 함께 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