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利器)가 거꾸로 인간을 망치는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지난해말 포항에서 발생한 남매 피살사건도 인터넷 채팅이 불씨였다. 범인은 한때 남매의 아버지와 내연관계에 있던 여인의 이혼한 전남편이었다. 가정이 있는 주부가 건전치 못한 채팅으로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급기야 12살짜리 아들까지 내팽개치고 가정을 뛰쳐나와 끝내 갈라섰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과연 그것이 가정까지 버릴만큼 소중한 사랑이었을까는 의문이다. 결과가 어떤가. 단란했던 두가정이 내려앉았다. 아버지를 잘못 만나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친 ...
우리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고 또 잊어서는 안될 아픈 기억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한강교 붕괴사건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고, 무너진 폐허속에서 수십일간 버티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3명의 전문대생들의 이야기는 그후 두고두고 화제가 됐었다. 다리가 갑짜기 무너지는 바람에 그 위를 달리던 자동차들이 낙엽처럼 떨어졌었다. 이 붕괴사고는 외국 기자들이 ‘흥미롭게’ 보도했었다. 우리로서는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으나 외국인들은 ‘조롱거리’ 하나를 얻은 것이 되어 연일 대서특필하고 TV들은 그 참담하게 무너...
정부의 재해조사시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매년 태풍과 홍수, 폭설, 우박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가옥과 같은 시설물이나 농작물의 피해에 대한 조사 자체가 부실하게 이루어지다보니 피해보상이 현실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꼴이 된 것이다. 피해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가장 큰 원인은‘조사의 졸속성’이다. 무엇보다 조사기간이 너무 짧다. 행자부의 경우 조사기간이 5일밖에 되지 않고, 농림부도 조사기간이 15일에 불과하다. 이렇게 짧은 시간내에 피해 대상...
청송군이 매우 지혜로운 사업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군을 ‘자연동식물의 천국’으로 만들고, 야생조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제도를 조례로 제정한다는 것이다. 밀렵꾼들이 설치한 불법수렵구를 지속적으로 제거하고, 콩 벼 고구마 등을 구입, 겨울철 야생동물 먹이주기활동도 펴고 있으며, 수달보호구역 3곳과 철새도래지 3개소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이밖에도 희귀 보호동물인 담비와 삵 등의 서식지와 호랑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을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 불법엽구 제거, 겨울철 먹이주기작업을 실시키로 했으며, ...
도립미술관 유치경쟁이 본격화됐다. 그렇잖아도 전국적으로 지방분권의 움직임이 한층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립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상직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역시 행·재정못지 않게 지방분권의 중요한 한 축이다. 문화·예술이 지방 발전에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바로 이것들이 21세기산업의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아닌가. 현재 우리 지방문화의 현실은 참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중심의 구조때문에 중앙의 문화·예술만 대접받고‘지방의 것’은 도외시된다. 지방은 중앙일변...
겨울철에는 야생조수 밀렵꾼들이 극성을 부린다. 먹이가 없어 굶주린 채 산을 헤매는 야생동물이 많고, 民家까지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야생조수들은 밀렵꾼들의 표적이 된다. 자치단체들은 먹이를 놓아주는 등 보호활동을 펴는데, 한편에서는 이를 잡아 사익을 채우는 자들도 있다. 최근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안동지회, 안동시, 안동소방서가 합동으로 안동시 남선면 갈라산 일대에서 밀렵도구 수거작업을 했는데, 한 능선에서 3시간 수색작업에서 발견한 올무와 덫이 100여개나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밀렵은 경악할 상황이라 할...
우리사회가 신용사회로 가기에는 도처에 암초가 너무 많다다. 탈법이 횡행하고 감시가 느슨하면 그 틈을 노려 눈속이기에 바쁘다. 믿을 데가 없다. 남이야 어떻게되든 내 잇속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기업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주부가 시장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사고도 농약을 걱정해야 하고, 주유소 기름이 가짜휘발유가 아닌지 의심해야 하고,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도 2차감염이 불안한 부끄러운 형편이다. 정치를 믿지 못하고, 행정을 믿지 못하고, 기업을 믿지 못하고, 이웃을 믿지 못하는 불신세상이다. 투명해야 하고 서로에게 열려 있어야...
대구지역의 老巨樹들이 이제 비로소 ‘나무대접’을 받는 것같다. 식물에도 영혼이 있고, 생각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고, 특히 노거수의 경우 우리민족이 ‘마을수호신’으로 여겼던 것같이 신령스러운 존재이다. 한 祖上이 어느 고장에 처음 터를 잡을 때 반드시 동구밖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던 것은 ‘나무의 신령스러움’을 기림이었다. 수년전 농림부가 ‘나무은행’을 설치해서 역사적으로 이름 있는 나무들을 등록하고, 그 후손들을 번식시켜 ‘족보 있는 나무’를 널리 분양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무의 신령스러움과...
영진전문대가 큰 일을 해냈다. 졸업예정자들을 명문대 출신도 쉽지 않은 국내 일류 재벌기업인 삼성, LG, 현대 등의 공채에 무려 70명을 대거 합격시켰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대구·경북지역 대졸공채에서도 4명이나 합격시킨 지역 유일의 전문대가 됐다. 삼성전자에 11명을 합격시켜 전체 전문대졸 선발 인원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역합격자 12명 중 92%이다. 대단한 ‘쪽집게취업’이 아닐 수 없다. 4년제 정규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취업하기 위해서 전문대에 다시 편입학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차별 취업문이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올 7월경이면 주5일근무제가 입법화될 전망이고, 근무자 1000명이상 사업체와 공무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2일간 휴무할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인데, 지역사회는 이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 경주 포항 등 동해안 지역은 “관광산업만이 살 길이다”란 표어를 내걸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동해안의 송년 및 해맞이축제에 전년도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던 것은 이와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한다. 더욱이 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행사에는 전년보다 7~8만명 많은 20여...
계미년 한해가 시작됐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 매무새가 반듯하게 되듯 시작을 잘 해야 하겠다. 올해는 특히 지방을 생각할 줄 아는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하는 해라는 점에서 우리 지방사람들에게 참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방자치 시행 12년 세월에도 여전히 지방은 스스로를 다스려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도시들은 무늬만 자치지 중앙정부의 하수인이나 꼭두각시에 불과한 신세다. “왜 이 지경이 됐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재정 때문이다. 전국의 248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곳이 무려 78%인 194개나...
연속극 ‘야인시대’가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린다. 전에도 폭력조직을 내용으로 하는 ‘친구’ ‘조폭마누라’ 등 영화가 흥행에 이익을 많이 남겼다. 우리사회가 왜 이런 폭력물에 흥미를 가지는지 알 수 없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폭력영상물을 보며 시원함을 느끼고 대리만족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이지만, 이런 폭력물이 폭력을 미화하는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관계자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폭력의 미화’를 걱정하는 글을 신문에 싣곤...
중금속에 오염된 오·폐수가 구룡포 앞바다를 죽이고 있다. 포항시가 구룡포읍에 건설중인 하수종말처리장 공사현장이 바로 그 주범이다. 바다를 깨끗이 하기위한 공사가 오히려 바다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시공사인 동도토건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구룡포읍 병포1리 병포천에서 하수차집관로매설을 위한 하상정비공사를 하면서 각종 중금속에 오염된 퇴적 오니와 하천수를 걸러주어야할 물막이 펜스도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상식이하의 짓이다. 이 병포천은 이미 인근의 대형식품공장과 오징어건조...
학벌지상주의가 불러온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 이른바 1류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참혹할 만한 교육낭비’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낭비는 유치원시절부터 시작된다. 유치원생들 대부분이 3~4군데 학원을 다닌다. 주위에서 다들 학원에 보내니 다니지 않는 아동들은 같이 놀 친구도 없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과외비는 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든다. 방학이 되면 과외비가 2배가량 더 든다. 봉급생활자들은 과외비에 허리가 휘고, 주부들은 식당일을 하거나 유흥업소에 다니며 과외비를 벌기도 하고, 봉급생활자인...
요즘 각급 지방정부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지방세 체납문제이다. 지방세가 바로 지방자치의 피와 같은 재원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재정 형편이 열악한데다 지방세마저 제때 걷혀지지 않으니 지방자치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것은 누구보다 앞장서 지방자치를 다져나가야할 기초의회의원들과 공무원들이 지방세체납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대구시의 현직 기초의원 13명과 79명의 공무원들이 바로 그들인데 하도 기가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들이 체납하고 있는 지방세는 ...
한 해를 마지막 보내는 날이다. 헌 달력을 치우고 새 달력을 갈아붙이는 날이다. ‘달력을 갈아붙이는 날’의 감회는 특별하다. 1년을 돌아보며,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 허송세월했다 싶어 회한에 잠기는 사람, 나 자신을 위해서는 많이 노력했으나 남을 위해서 한 일이 없음을 반성하는 사람, 나보다 세상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역할을 했다 싶은 사람 등등 ‘한 해의 마지막날’의 느낌은 다양하다. 한해의 마지막날에는 지나온 1년을 되돌아보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할 의지를 다지고, 새로운 각오...
2002년도 이틀 남았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우리 국민들에게 각별한 한해가 될 것 같다. 그것은 이번 16대 대통령선거 때문이다. 이번 대선결과는 낡은 정치를 용도폐기처분하려는 국민들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 그 자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한마디로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철밥통 정치판’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해묵은 舊態정치가 한꺼번에 청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일대 변혁과 함께 행정 역시 변화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방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바뀌지 않으...
연말 연시에는 유흥비 마련을 위한 절도 강도사건도 많이 발생하고, 망년회 신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흉기를 휘둘러 사람을 살상하는 강력범도 많이 생긴다. 따라서 연말연시는 경찰관서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기이고 시민들도 경찰의 빈틈 없는 활동에 기대를 많이 건다. 그런데 최근 경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들이 연이어 터져나와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있으며 이런 경찰에 치안을 안심하고 맡겨도 좋은가 하는 회의도 생긴다. 경찰관 모두가 다 모범적이고 양심적이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상식이하의 행위를 하는 일도 적지 않아 우려스럽다...
끊임없이 지적해 왔지만 여전히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다. 그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산업재해 발생건수인데 한국산업안전공단 포항지도원에 따르면 포항지역만 해도 올들어 10월말 현재 사망자가 지난해와 같은 13명에 부상자는 지난해보다 무려 42명이나 늘어난 269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각종 건설공사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산업재해 중에서 공사장에서의 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망 4명에다 부상 65명으로 지난해보다 사망사고는 3건, 부상건수는 14건이나 증가...
희망과 절망은 반대개념이지만, 그 차이는 실로 종이 한장의 차이라 할 것이다. 극복의지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일 뿐이다. 무사안일하게 살아온 사람은 작은 역경에도 좌절하지만,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겨본 사람은 큰 역경도 두려워하지 않고 극복하는 의지를 가진다. IMF이후 생겨난 노숙자는 지금도 사회적 문제가 돼 있다. 사업에 실패하고 무거운 빚더미에 눌려 집을 떠난 기업인노숙자, 마련해놓은 재산 없이 직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자가 된 사람, 젊은 나이에 직업을 잃은 실업자, 이들중에 노숙자가 돼 길거리를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