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이다. 너무 거센 나머지 방송에서 타 장르 음악을 접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창궐하는 COVID-19로 꺾여버린 심신을 달래기에는 트로트의 꺾기만 한 것도 없었으리라. 전 국민 대상 신인가수 발굴 서바이벌 ‘슈퍼스타 K’와 기성 국민가수 대상 경연 백미 ‘나는 가수다’에 이은 히트상품, ‘미스트트롯’ 덕분이다. 클라스가 다른 원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트롯’은 임영웅의 발굴로 대한민국을 트로트 열광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미스트트롯’에 감춰진 키워드가 있다. 패스티시(pastiche)다.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구호 아래 박근혜 정부 탓을 많이 하더니 윤석열 정부도 직전 정부를 탓하는 모습이 그에 못지않은 것 같다. 방금 끝난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진흙탕 위의 야영장과 엉망진창인 화장실 등은 준비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참가한 외국인들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 때문인지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와 전라북도의 부실한 준비를 탓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계속해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2년 차를 맞이한 신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교권(敎權)의 몰락이라는 사회적 담론과 함께 현직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어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하나의 일상으로서 ‘견뎌내 왔던 삶’이 적나라하게 조명되고 있다. 그 가운데 교사들을 향한 여러 종류의 갑질 사례가 보도되었고, 카이스트 박사 출신의 부모라든가 왕의 DNA를 운운한 공무원이라든가 하는 인물들이 사회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그 계기는 너무 극단적이고 마음 아픈 누군가의 ‘죽음’이었지만, 그동안 사회의 이면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고통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절기는 착오가 거의 없다. 순서대로 제때에 찾아온다. 올해도 입추·말복이 지나더니 어느덧 이른 아침에는 바람 냄새가 다르다. 어딘지 모르게 가을이 묻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한반도를 긴장시키고 있다.문제는 계절의 질적 변화다. 그냥 변화가 아니라 급변이다. 이제는 외신을 통해서 듣고 보던 여름철의 폭우와 폭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올여름만 하더라도 지난 한 달 보름 남짓 사이에 비와 불볕더위에 따른 재해가 극심했다. 특히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극단적으로
대한민국은 치안이 확보된 나라다! 그렇다. 세계적으로도 먹히는 통념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까? 서울의 신림동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13일 만인 8월 4일 경기도 성남의 분당역에서 다시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5일에는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제자가 은사에게 칼부림 난동을 벌이는 사건이 터졌다. 그 자체로도 큰 충격이지만, 인터넷과 SNS상으로 유사한 사건을 예고하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공포가 극으로 치올랐다: 전주에서, 경산에서, 서면에서,
필자가 법학입문 강의 중 꼭 가르치는 주제 중 하나는 ‘법과 경제’로, 법이 개인의 경제적 행동을 보호하고 시장의 전제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 분야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지식도 경험도 없이 살아왔던 것 같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시대에도 그저 월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은행에 저축하고, 예·적금으로만 자산을 증식해 왔으니 이 시대의 진정한 개미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학문적으로도 경제적 합리성에 기초해 행동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백악관은 오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State of Maryland)에 있는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이 첫 단독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Joseph Biden) 대통령이 지난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만나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지 약 3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 등의 대응에서 협력 강화 기조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주역’이 8괘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8괘’라는 말은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말입니다. 8괘의 사전적 의미는 “중국 상고 시대에 복희씨가 지었다는 여덟 가지의 괘. ‘주역’에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음양을 겹치어 여덟 가지의 상으로 나타낸 건(乾: ☰), 태(兌: ☱), 진(震: ☳), 손(巽: ☴), 감(坎: ☵), 이(離: ☲), 간(艮: ☶), 곤(坤: ☷)을 이른다.”입니다. 건은 하늘, 태는 연못이나 늪, 감은 물, 리는 불, 진은 우레, 손은 바람, 간은 산, 곤은 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청소년 사이의 마약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최근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이 지난 5년간 4배 급증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수치이며 전체의 2.6%를 보여준다. 특히 20대는 5천 804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31.6%를 나타냈다. 30대는 4,703명으로 25.6%를 보였다.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것은 30대 이하가 전체의 59.8%인 1만 988명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청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는 중학생이었던 자기 아들과 나눈 이야기를 인용해 남은 수명(여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으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1대1 표 대결을 하나”라고 물었다고 한다.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금 민주당에 요구되는 혁신과는 무관할 뿐 아니라 연령차별(ageism), 더 나아가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이나 강령과도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인문학은 오늘날 이미 패러다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쿤(Thomas Kuhn)의 유명한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언급되었듯이, 패러다임은 어느 일정한 시기에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문제와 풀이를 제공하는 보편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문학은 학문적 효용성의 측면에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모색하여 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어느덧 인문학은 보호받아야 할 기초학문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동안 제도적으로 보호의 대상이 되었던 전통과 예술 분야를 보면, 외부로부터의 원조를 통
『주역』은 동양의 대표적인 수신서(修身書)이자 점복서(占卜書)입니다. 최초의 스승으로 불리는 공자 이래 수 천 년 동안 『주역』은 ‘마지막 공부’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름난 ‘공부의 신’들은 마지막에는 꼭 『주역』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주역 안에 다 있다”라는 독후감을 남겼습니다. 개중에는 “내가 너무 일찍 주역을 읽었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낸 이도 있었습니다. 주역을 알 만한 나이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주자(朱子)가 그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최근에 영화 (이준익, 2021)로 널리 알려진 연
작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는 인재였다. 그 이듬해 7월, 극한호우 속 충청북도 오송의 지하차도에서 납득하기 힘든 참사가 재발했다. 역시 인재였다. 핼러윈 축제에 모인 수많은 젊음이, 우중 출근길 시민이 처참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말도 안 나온다. 그저 넋 놓고 안타까움을 누를 뿐이다. 누군가의 딸과 아들, 부모와 형제 그리고 친구와 이웃이 허망하게 세상을 등져야 했던 이유를 우리는 사실 잘 안다. 국가 시스템 부재 탓이 아니다.책임감의 실종이다: 이건 내 일이 아니야! 누군가는 하겠지! 큰 문제가 없을 거야! 시스템은 분명히
요즘 경상북도에 경사가 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역 정책 개발과 프로젝트 발굴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으로 보자면 획기적인 발전의 호기를 잡은 것 같다. 국책사업 선정이나 기업 유치 등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한때 경상북도는 사람과 각종 자원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국가 발전축 기능을 상실한 후로는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고장으로 전락했다. 주민과 기업이 하나둘씩 떠났고, 급기야는 전국에서 소멸위험 시·군이 가장 많은 광역단체로 쪼그라들었다. 어느새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라 불리던 땅에는 희미한 박동 소리만 남았다.
때로 예·적금을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찾으면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금융파생상품을 추천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원리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은 가입할 의향이 없다고 양해를 구하곤 했다. 최근에도 2023년 7월 시행되는 디폴트옵션, 곧 사전지정운용제도에 대해 은행에서 안내차 연락이 왔다. 이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 운영 수익률을 높여 노후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런데도 투자 손실의 위험이 없는 원리금 보장형인 초저위험 옵션을 지정한 필자이니 제도의 본래 취지에 다소 어긋나는 자인 듯도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얼굴이 많이 달라졌다”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거진 40년 동안 듣는 말입니다. 20대 후반에 작가가 처음 되었을 때 “많이 부드러워졌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중년기에는 “젊을 때보다 훨 낫다”라는 말을(주로 집사람 친구들에게서), 좀 더 나이 들고부터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무슨 귀신이 하는 일 같습니다. 방심하고 있으면 꼭 그렇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너, 얼굴 간수 잘해라!”, 그렇게 주의를 줍니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참석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2023년~2027년)은 ‘누구나 누리는 맞춤형 평생학습 진흥’이라는 슬로건 아래 4차 산업혁명시대와 초고령사회 등 시대적 변화에 대비한 ‘평생학습대전환’을 정책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시혜적 복지로 인식되던 평생학습을 국민의 실질적인 권리로 보장해야 하는 정책임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대학의 기능을 확대하여 지자체와 대학중심의 평생학습 정책을 확대·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학은 전통적인 기능을 학령기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하고 사회에 배치하는
올 장마철 집중호우 양상은 우리의 경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역대급 폭우’라는 표현도 모자라 ‘극한 호우’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였다. 폭우에 따른 피해도 엄청나다. 충북 오송의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태 희생자, 그리고 경북 지역 산사태 희생자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만 50명을 넘어서고 있다. 선량한 시민들이 자연재해로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도대체 국가는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울화통
경북일보에 칼럼을 연재한 지 어느새 1년 반 정도가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논문’이라는 학술적 글쓰기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에게 있어 칼럼 글쓰기는 새로운 도전이자 즐거움이었다. 2주마다 돌아오는 마감의 압박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이것저것 여러 가지 소재를 다루며 A4 1장 정도의 분량을 채우는 시간은 그동안 추상적인 생각으로만 떠돌아다니던 여러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킬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더욱이, 논문과는 달리 칼럼은 글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이 바로 왔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어떤 글에 대
요즘 들어 꿈속을 헤매다 깨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운동 부족인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탓인지 예전처럼 땀 흘려 운동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자기 전에 샤워를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든 지도 꽤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깨는 일도 많아졌고요. 어젯밤도 이상한 줄거리의 꿈에서 꽤 고전했습니다. 갑자기 한 사건에 휘말려 갖가지 음모와 모략 속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적들은 완고한데 아군들을 뿔뿔이 흩어지고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개꿈이었습니다. 꿈에는 용꿈(계시적 내용)과 개꿈(현실의 불만)이 있는데 용꿈은 오래 잔상이 남아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