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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연구위원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에 대한 공시지가를 발표했다. 전국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 9.42% 올랐고 서울, 부산, 광주, 부산, 제주, 대구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었던 지역이 모두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 올해 인상된 공시지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목적이 있다. 시세 반영이 느리고 가격 차이가 큰데도 불구하고 공시지가가 비슷하여 부과되는 세금의 차이가 없었던 문제를 개선하고 고가의 단독주택에 대한 조세 형평성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시지가 상승은 앞서 이야기한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 실거래 가격과 격차가 심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과열시키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관련 조세인상으로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다시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민생경제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동산 공시가격은 토지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상가와 같은 일반 건축물에 대한 보유세 부과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건강보험료, 장학금,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약 60여 개 행정 목적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어떤 점이 우려되는지 살펴보면,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은 주요 상권의 토지나 상가, 건물, 주택 보유자의 세금부담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공시지가 인상은 토지보상비 증가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시지가 인상은 부동산 보유로 인해 부담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별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매출감소와 임대료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자영업자가 임대를 통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단순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저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는 시세 상승 수준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의 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료 외에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급여도 충격을 감안해 적용시한을 연장하거나 개선의 여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가 임대료 동향과 공실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늘어난 세 부담을 건물주가 세입자들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마련을 위한 것이다. 더불어 공시가격은 세금뿐만 아니라 개인의 재산권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산정되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실제로 와 닫지 않고 있다. 이는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도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정책의 핵심을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두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정부는 주택의 양적 공급에 목표를 두고 주택시장을 조정하려고 했던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을 지양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에 조세, 금융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세한 수요와 공급조절로 제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주택시장 수요에 대한 대응보다 공급체계 정비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상승할수록 다양하고 고급화된 주택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향후에는 양적 주택정책에서 탈피하여 세분화된 주택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급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대량공급 정책에서 벗어나 인구구조 변화와 도시인구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지보수와 주거공간의 안정성 확보 정책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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