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반응 냉담, 일각선 노대통령 발언 '폄하' 시도
상황 따라서는 한일 외교전 비화 가능성도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을 거론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발언과 관련, 외교적인 후속 조치 검토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달 중 일본 방문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북핵, 과거사 등의 한일 현안 논의를 위해 당초 오는 10∼12일 반 장관의 방일을 계획했으나 독도 망언과 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발언 이후 일본 내 반응 등을 감안, 일정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단 한일 외교채널을 통해 일제 식민지 피해와 관련, 노 대통령의 '배상' 발언의 의미는 법적인 문제 이전에 윤리적인 측면과 이웃 국가에 대한 신뢰 차원에서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배상' 발언은 한일 청구권 협상과 관련한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한일 양국간 논의가 이 분야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독도의 날' 조례 제정과 그에 이은 독도 망언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고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한일 과거사를 보수 우익의 관점에서 왜곡 기술한 일부 역사 교과서의 검정 및 채택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일 간에 쉽게 거론되지 않았던 납치 일본인의 '가짜 유골' 문제에 따른 대북제재론도 한일 외교채널 테이블에서 구체적인 논의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일본의 대북제재론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납치문제로 인한 일본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강제징용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제 36년동안 수천, 수만 배의 고통을 당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의 반응은 냉담하며,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폄하'시키는 분위기도 내고 있어 향후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한일 양국간 외교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일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논평 요구에 "(한국의) 국내 사정이 있다. 국내사정을 생각하고 일본과의 우호도 고려해 가면서 발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노 대통령의 한일과거사 문제 언급이 '국내 정치용'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진의'를 일축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독도문제를 감안한 것이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배상'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상으로 종료된 것 아니냐" "언제까지 일본에게 사죄를 요구할 것인가"라는 적반하장 식의 반응도 나오고 있어 향후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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