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특별법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2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한 가운데 여야는 전체회의 개의 여부를 놓고 날선 대치를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법사위의 출입문이 농성 의원들에 의해 굳게 잠겨있는 상태에서 회의장을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장외' 법리논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또한 이들은 '헌정사상 초유' 등의 과장된 수식어를 사용해 서로를 비난하는 등 지난해 말 법사위에서 벌여졌던 여야의 '극한대치' 상황을 사실상 그대로 재연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특별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열린우리당은 여야 법사위원 합의로 회의장을 변경해서 전체회의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국회법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법사위 여야 간사들은 한나라당 소속인 최연희(崔鉛熙) 위원장실에서 회동, 대책을 논의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을 종식시키고 의회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회의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최 위원장은 "회의장을 변경하려면 위원장석에서 의결해야 하는데 점거농성 때문에 불가능하다. 먼저 한나라당 의총 결과를 지켜보자"고 난색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꼭 오늘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라면 여당이 의장직권으로 특별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 변경을 통한 법안처리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이 특별법안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묻자 "이 법은 여야가 합의에 의해 처리된 안건이고 특별위에서 3개월의 시간을 두고 논의해 합의처리한 것"이라며 "검토한 바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지난 1996년 국회 통외통위가 한 방송국의 요청으로 여야 합의를 통해 회의장소를 청문회장으로 옮겼다는 전례를 들기도 했지만, 한나라당측 간사인 장윤석(張倫碩) 의원은 "회의장을 변경하려면 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 데 위원회 자체를 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여당 소속 의원 8명의 명의로 '회의장소를 변경해달라'는 내용의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최 위원장에게 "같은 당 의원들과의 친소관계 때문에 불편하다면 사회권을 넘겨라. 사회권을 넘기지 않으면 사회거부로 보겠다"고 압박했지만, 최 위원장은 "의사봉을 빼앗기는 등의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최 의원은 전체회의장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개봉을 요구했지만 농성 중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최 의원은 "타 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불법으로 법사위를 점거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한나라당이 계속 법사위를 틀어막으려 한다면 차라리 법사위를 없애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의원은 "점거농성 의원들이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실에 있는 TV를 훔쳐서 전체회의장 안에 가지고 들어가 시청하고 있다"고 한나라당 농성파 의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법사위 주변은 여야 국회의원들과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 당직자, 경기도의회 의원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 등은 농성장 문밖에서 "고생하십시오. 파이팅"이라고 외친 뒤 농성을 주도하는 이재오(李在五) 의원을 전화로 격려했고, 열린우리당 이용희(李龍熙) 의원은 농성장 밖에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자"며 한나라당의 농성파 의원을 달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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