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이나 취임 등 경사가 있을 때 축하화환 대신 구호물품을 받아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부조(扶助)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정식개업을 한 올포스킨그룹 세브란스 피부과 병원은 축하화한 대신 하객들이 전달한 20㎏들이 쌀 114포를 중구청에 전달해 홀몸노인 등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눠주도록 했다.

이 병원의 민복기(39)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은 개업 이전 '가격만 비싼 의례적인 1회용 화환 대신 쌀을 보내주면 불우한 이웃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초청장을 지인들에게 보냈었다.

병원측은 또 직접 쌀을 들고 개업 장소를 찾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는 축협구좌로 20㎏들이 쌀 1포에 해당하는 돈(4만2천원 안팎)을 입금 받아 대신 쌀을 구입해 전달했다.

지난 8월 이후 대구시 서구와 수성구 지산동 일대에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잇달아 개업한 자영업자 이찬열(38)씨도 각 점포가 개업할 때마다 지인들이 축하화한 대신 보낸 100여 박스의 라면과 쌀을 불우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라며 관할 구청 사회복지과에 전달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도 지난 7월1일 있었던 자신의 취임식 때 화환대신 20㎏들이 쌀 210여포대를 받아 관내에 있는 무료급식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26곳에 전달했다.

윤 구청장은 선거에 당선된 뒤 취임식을 앞두고 각계각층에서 축하화환을 많이 보낼 것으로 예상돼 "축하용 꽃이 고맙기는 하지만 일시적이고 낭비가 심한 이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고 대신 쌀을 받아 기증, 당시 화제가 됐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대구에서 주유소 사업을 하며 분점을 연 김현철(46)씨가, 6월에는 봉사단체 회장으로 취임한 태창섬유 이종태 대표, 8월에는 예절교육원을 개원한 이화순(47)씨가 각각 하객들에게 받은 쌀과 라면 등을 이웃들에게 전달했었다.

이밖에 일부 농협, 사회단체 등도 축하용 화환대신 쌀을 비롯한 구호물품을 보내는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우리 사회에 새로운 부조문화가 되고 있다.

병원측의 한 관계자는 "하객들이 보내 준 축하의 진정한 마음을 불우한 이웃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기쁘다"면서 흡족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