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직원들로부터 “성직자가 대통령된 듯”이란 말을 듣는다. 매일 새벽 꿇어앉아 기도를 드리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고, 성경을 읽은 후에야 업무에 들어간다. 그러니 정책연설에도 자신의 신앙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2001년 9·11테러 직후의 연설에는 “우리의 역사적 책임은 테러를 응징하고 악의 세계를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이 벌일 21세기 첫 전쟁은 십자군전쟁이다” 했다. 그리스도교도들이 이슬람과 유대교를 공격했던, 인류역사상 가장 비참했고, 역사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겼던 종교전쟁, 부시가 그 ‘십자군전쟁’을 다시 벌이겠다고 하자 세계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라크전쟁 발발직전인 2003년 2월 6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그는 “합참의장과 CIA국장이 ‘시련의 시기(이라크전)’에 성경과 기도를 나누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신앙이 부시의 일상과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니 正敎분리원칙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것이 문제된 일은 없다. 기독교가 미국의 전통종교기 때문.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巫俗, 불교, 유교, 기독교, 천도교, 이슬람이 섞여 있고, 증산교, 대종교 등 민족신앙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多종교국가에서 자치단체장이라는 지도층 공직자가 종교편향성을 보이면 말썽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전태흥 목포시장은 ‘2004 목포 복음화 대성회’에서 “목포시가 하나님의 도성으로 발돋움하도록 기원해달라”했고, 조규선 서산시장은 지역기관장회의에서 “서산의 복음화를 위해 기관장들이 예배를 드리게 돼 하나님께 영광돌린다”했고,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를 하나님 도시로 봉헌하겠다”했다. 정장식 포항시장은 “포항시를 聖市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聖市化운동이 이처럼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번져나가자 불교계는 당연히 “자치단체장은 종교적 중립을 지켜라”며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가 정치와 결합, 세력화되면 그 결과가 좋지 않았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선거직 공직자들이 다투어 ‘유력한 종교’에 입문하는 현상을 보면서 ‘신앙의 순수성’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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