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도초 부다페스트 공연...1천여 청중 갈채

파리에 '파리 나무 십자가 합창단'이, 빈에 '빈 소년합창단'이 있다면 한국에는 여수 '여도 어린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다.

한국의 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80인조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동유럽 순회공연에 나서 현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아낌없는 갈채를 받고 있다.

지난 25일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정통 클래식 공연장으로 클래식 연주자라면 누구나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벨라 버르톡 콘서트홀.

4층 규모의 대규모 공연장이 평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온 어린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려는 1천여명의 청중들로 가득찼다.

여도 어린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을 시작으로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 쇼팽의 크라코비아크 F 장조 등 수준높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영재성을 보여줬다.

특히 2부에서는 역시 같은 학교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사물놀이 팀의 사물놀이가 오케스트라와 합동으로 공연돼 청중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어냈다.

애초 2시간 가량으로 예정됐던 이날 공연은 5차례가 넘는 커튼콜로 헝가리 무곡 등 앙코르곡이 3곡이나 연주됐음에도 청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아 결국 공연 시작 3시간 가량 되어서야 끝이 났다.

공연을 관람한 헝가리 클래식 음악 관계자들은 한국의 지방 도시에서 온 일개 초등학교 어린이라고 얕잡아 보기 힘들만큼 수준높은 한국 어린이들의 연주 솜씨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방과 후 수업의 일환으로 1인 1악기 교육을 해온 여도 초등학교가 오케스트라를 꾸려 유럽 순회공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세번째.

단원 80여명과 인솔 교사 및 학부모 도우미 등을 포함해 100여명이 넘는 대규모 공연단의 유럽 순회공연인 만큼 준비 기간만도 3년 이상 걸렸다. 그러는 사이 초등학생이던 몇몇 어린이는 중학생이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유럽에서 화제를 모아온 이들은 지난 17일 체코 프라하 공연을 시작으로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을 돌며 모두 8차례에 걸쳐 공연을 하게 된다.

체코 공연의 경우 체코 중앙방송에 두차례나 소개되는 등 현지 언론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오는 31일 열리는 마지막 공연은 오는 2012년 여수 엑스포(EXPO) 유치를 위한 공식 홍보사절단 자격으로, 엑스포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외교사절 50여명을 초청해 열 예정이다.

고재경(59) 여도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기량을 쌓는 기회를 주는 한편 음악을 통해 세계는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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