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 해체 작업’ 학교당국 미온적 태도 일관

포항지역에 학교폭력조직 ‘일진회’회원들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 해체작업에 나선 경찰이 학교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수사 한계에 봉착,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교육 당국이 일진회 실체 파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동안 쌓아왔던 학교 명예 실추와 자신들의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면서 잘못을 인정·해결하기 보다는 축소·은폐 하려한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 뿐 아니라 사회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이 어린 제자들을 볼모로 실체를 축소하거나 부정하면서까지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 기회에 학교전역에 독버섯처럼 번진 학교폭력을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항 남·북부경찰서는 일진회 실체를 파악·해체하기 위해 담당 경찰관들이 관내 62개 중·고교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폭력 피해사례 등을 조사하는 설문지를 배포,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일선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는 오간데 없고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데다 ‘우리학교에는 일진회가 없다’는 식의 무조건적 부정으로 일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게 경찰 내 지배적인 여론이다.

포항북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한 경찰관은 “경찰관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사례 설문지를 받지만 비효율적” 이라며 “보복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피해사실을 숨기고 학교 측도 경찰과는 달리 일진회 해체에 강한 의지가 없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일진회라고 해서 무조건 사법처리하는 것은 아닌데 교육당국이 축소·은폐하려는 듯한 인상을 많이 받는다”며 “어린 제자들이 전과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교육자의 심정은 알겠지만 자칫 소수를 보호하려다 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적극적인 협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 역시 “포항지역에도 지난 19일 일진회 가담자 5명이 사법처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며 “허울뿐인 명예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실을 축소하거나 숨기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면 사태만 악화시켜 전과자만 양산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 경찰관은 “일진회 해체는 가담자들의 사법처리가 우선이 아니라 학교폭력의 근절이 목적” 이라며 “일진회 해체는 곧 학교폭력 근절을 의미한다. 이제는 교육 당국 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나서 상처가 더 곪기 전에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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