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고기구·이광재 릴레이 골축포
11일 성남 원정경기서 1골차 져도 우승

4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 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 일화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골을 넣은 포항의 박원재(위에서), 고기구, 이광재가 환호하고 있다. 김우수기자 woosoo@kyongbuk.co.kr

'강철 전사'들이 꿈같은 승리 드라마를 연출했다.

'마이다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가 '디펜딩 챔피언' 성남 일화를 대파하고 15년 만의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포항은 4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삼성하우젠2007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가을 사나이' 박원재, 고기구, 이광재가 릴레이 축포를 쏘아 올리며 성남을 3-1로 물리치고 기선을 확실히 제압했다.

포항은 오는 11일 성남 원정경기에서 1골 차로 패하더라도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정규리그 5위로 '가을 축제'에 참가한 포항은 6강 플레이오프 경남 FC(4위), 준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3위), 플레이오프 수원 삼성(2위)을 연파하는 고공행진을 펼치며 챔프전에 올라 성남마저 물리치고 우승 종착역에 한발 다가섰다.

12년 전인 1995년 성남 전신인 일화에 당했던 챔피언결정전 패배를 깨끗이 설욕한 포항은 2차전에서도 '파리아스식 공격축구'로 승전고를 울려 무결점 우승을 이룬다는 각오다.

1986, 1988, 1992년 우승으로 3개의 우승별을 단 포항은 네 번째 우승별을 반쯤 새겨놓으며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FA컵을 석권하는 사상 최초의 더블(2관왕) 꿈을 이어갔다.

반면 8번째 우승을 노리는 지난해 챔피언 성남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포항의 돌풍에 휘말려 한해를 쓸쓸히 빈손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파리아스는 후반 고기구, 이광재 등 교체카드가 1골씩 터뜨리는 '매직 쇼'를 연출해 '컴퓨터 지략가'로 유명한 성남 김학범 감독의 혼을 빼놓았다.

양 팀 출전선수만 놓고 보면 성남이 훨씬 화려했지만 포항은 차돌 같은 단단한 조직력으로 이름으로 축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여기다 최근 5연승 행진을 거두는 동안 태풍으로 변한 포항의 상승세는 성남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성남은 김광석, 황재원, 조성환으로 이어지는 포항 철벽 수비라인에 막혀 맥없이 물러섰다.

탐색전을 마친 양 팀은 15분이 지나면서 한차례 슈팅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전반 13분 성남 손대호가 아크 근방에서 중거리포로 포문을 열자 '특급 도우미' 따바레즈가 터닝슛으로 응수했다.

21분 박진섭이 크로스를 올리는 척 하다가 기습 중거리 슛을 날리자 2분 뒤 슈벵크가 수비 둘을 제치고 발끝으로 건드린 것이 성남 골키퍼 김용대가 막아냈다.

포항의 선제골은 '플레이오프 사나이' 박원재의 발끝에서 터졌다.

따바레즈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프리킥을 감아올렸는데 수비수에 스친 뒤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을 골 지역 왼쪽에 있던 박원재의 왼발 강슛이 번쩍였다.

정확히 왼발 인스텝에 걸린 슛은 성남 골문 오른쪽 모서리를 뚫었다. 김용대가 꼼짝 못하는 캐넌포였다.

1-0으로 앞선 포항은 후반 9분 수비수 조성환이 상대 볼을 중간차단한 뒤 슈벵크에게 연결한 것을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쏘았지만 김용대에 잡혔다.

성남은 4분 뒤 남기일의 결정적인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와 '골대 징크스'의 악몽이 슬슬 피어올랐다.

위기를 넘긴 포항의 매직 쇼가 시작됐다. 파리아스 감독이 교체 투입한 고기구와 이광재가 연달아 골문을 열어젖힌 것.

후반 28분 박원재의 정확한 크로스를 고기구가 방향을 살짝 돌려놓는 헤딩슛으로 성남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오랜만에 골 맛을 본 고기구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가슴에는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었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1분 만에 이광재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붉은 물결을 이룬 2만여명의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최효진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나온 볼을 고기구가 머리를 갖다 댄 것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특급 조커 이광재가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후반 35분 고기구의 강한 헤딩슛을 골문을 커버하던 조병국이 걷어내 포항은 골 찬스를 아쉽게 날렸다.

포항은 인저리타임인 후반 46분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장학영에게 1골을 내준 게 이날 유일한 흠이었다.

승장 파리아스 감독은 "네 번째 별이 서서히 그려지고 있다"면서도 "아직 90분 경기가 더 남아 있기 때문에 준비를 더 잘 하겠다"고 특유의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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