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관(계명문화대학 교수)

19일 제17대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번 대선은 상식적으로 납득 되지 않은 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것 같다. 사상 유래 없는 12명이 출마한 것과 그 중 2명이 후보등록 후에 사퇴한 일, 누구는 출마하라고 그리고 누구는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거리로 나와 농성하는 행위, 사건에 묻혀 정책대결이 실종된 것, 선거 막바지까지 원칙 없는 후보 간 합종연횡 시도 등…. 정치의 속성은 시끄러운 것이라지만 이번에는 그 도를 한참 넘어섰다. 이런 일련의 정치 행태를 반복해 보면서 국민들은 매우 식상해 있다.

건전한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일들이 상식선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상식을 넘어선 것은 정치뿐이 아니다. 최근의 사건만 해도 그렇다. 충남 태안 앞바다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는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사고는 예인선이 끌고 가던 부선(艀船)을 묶은 와이어가 끊어진 것이 발단이었다. 사고 직전 관할지역 해양경찰청에서 예인선에 유조선 정박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교신이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아마도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한다는 '머피의 법칙'이 작동한 모양이다. 초기 며칠간의 복구에 100여 척의 방제선박과 수만 명이 참여했으나 유출된 기름의 10분의 1도 수거하지 못 했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1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자원봉사자를 포함하여 연인원 10만여 명이 복구작업에 참여하여 진척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씨프린스호에서 5천 톤의 기름유출로 어민 피해 736억 원, 기름제거에 5개월의 기간과 224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이번 기름유출 피해 규모는 적게 잡더라도 씨프린스호 사고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하나는 강화도에서 초병 2명을 차로 치어 1명을 죽이고 소총과 수류탄 등을 탈취한 사건이다. 문제는 범인이 총기탈취사건 발생 후 도주하여 1주일 동안이나 전국을 활보하고 다닌 점이다. 사건 초기에 수사당국의 잘못된 판단으로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한 결과이다. 당국은 범인 스스로 자수의사를 밝힌 편지를 보낼 때까지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 했다. 범인은 헤어진 애인에게 심적 고통을 주기 위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군인을 죽인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나라이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내외에서 서로 싸우지 않는 세상,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는 세상, 소모적인 이념·흑백 논쟁이 없는 세상, 가짜 식품이 없는 세상…. 그러기 위해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과 같이 위정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영(令)이 바로 선다.

다시 5년을 이끌어 갈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새 대통령은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릴 줄 아는 분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잃어버린 몇 년'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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