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포항시장)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이 많았지만 올해만큼은 가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대통령선거로 여러 가지 염려가 있었으나 포항이 오히려 더욱 굳건히 하나가 되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민 여러분의 얼굴에서 자신감과 활력을 발견하고, 2008년의 희망을 읽을 수 있어 보람을 더합니다.

올 한해 포항에는 큰일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포항시대를 연 신청사 개청, 연이은 기업 투자 유치, 포항스틸러스 K-리그 우승 등으로 포항의 기상이 거침없이 뻗어나가 지난 19일에는 마침내 포항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2007년은 포항이 바야흐로 명문도시의 반열에 오른 해로, 역사 이래 가장 위대한 대미를 장식한 해로 큼직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그날 밤 벅차오르는 기쁨을 어이할 수 없어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거리로 나왔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기쁨을 그렇게라도 나누어야 했습니다. 51만 포항시민들은 높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포항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과 희망을 가져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들 중에는 이번에 생각을 달리했던 분들도 계십니다.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60억 인류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생각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인간은 존엄합니다. 대통령 당선자께서도 여러분의 마음을 잘 헤아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포항은 이제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포항이 더욱 굳건한 화합을 이루게 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표상이 될 것입니다.

지난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미국 선거에서 패자란 없다. 누가 당선되든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며, 이제는 나라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 목적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역설해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가치가 위대함을 확인시켜준 정치지도자로 남아있습니다.

포항에 요구되는 시대정신도 바로 '통합'입니다. 세계는 모두 통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대한 지역을 통합한 경제블록이 생겨나고, 경제통합을 이룬 거대도시들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포항의 화합과 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88서울올림픽을 통해 시민의식이 한 단계 높아졌듯이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도시답게 우리의 시민의식도 한층 성숙해져야 하겠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작은 기초질서에서부터 지역사랑에 이르기까지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내일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제수준에 걸 맞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포항시 2,000여 공무원들도 더욱 낮은 자세로, 멸사봉공의 마음가짐으로 51만 시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여는데 전력할 것입니다. 일이란 성격과 규모에 따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해에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제자리를 잡게 하고, 여기에 우리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여러 성과들이 나올 것이라 확인합니다.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는 중국 고대 요나라의 성어가 있습니다. 배불리 먹어 배를 두드리고, 땅바닥을 치면서 박자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는 뜻으로 태평성대를 의미합니다. 모름지기 백성들이 걱정이 없고 태평해서 생활에 크게 만족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포항의 저력으로 국민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그런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올해는 정말이지 포항이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든든한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포항출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고향에서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곧 '성공하는 포항'과도 맥을 같이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주어지고, 된다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성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포항은 이제 고작 시작일 따름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꿈과 희망이 충만한 송구영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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