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근영 초대전 'Pulse' 3월 12일까지 렉서스 갤러리

송근영 作

"각박한 현대의 삶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란 과연 존재하는가?"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20일부터 오는 3월 12일까지 전시되는 대구 '렉서스 갤러리 송근영 초대전.'

송근영은 그동안 가공하지 않은 꽃의 인상을 발묵을 통한 담채(淡彩) 의 느낌으로 표현해왔다.

현대인이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가는 길. 인위적으로 다듬어진 아파트 단지 내의 화단. 눈길을 줄만큼의 여유도 없지만, 그래도 어느새 꽃이 지고나면 서운하다. 그러다 바뀐 계절과 함께 다시 찾아오는 꽃봉오리를 보고 있으면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송근영 作

"그 과정에서 꽃은 나와 일치가 돼있다. 그래서 꽃을 화면에 담아왔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원운동을 하는 '꽃'의 희노애락을 넘어, '돌'이 주는 영원성의 가치에 주목한다. 꽃의 변덕스러움 옆에서 묵묵히 자리 잡고 있었던 '돌'이라는 존재.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시간의 속도에 적응하기 힘든 우리 곁에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주었던 돌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Pulse'라는 작품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생명의 고동소리가 화면 가득 느껴진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동·식물 사이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 '돌'의 배치에 영원성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옛 동양화에서 산이나 바위의 입체감과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준법'은 '돌'의 반복적 구성과 맞물려 차용(借用)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작품은 전통의 뿌리에서 현대회화 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광목위에 먹과 채색으로 이루어진 화면을 바니시(varnish)로 마무리하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겹겹이 쌓아 올라가는 바니시의 표면은 그녀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작가는 반들거리는 화면 속에 갇힌 전통화(傳統畵)의 맥락 속에서 '멈춤'과 '변화'의 양면성을 되새김질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돌의 인상(印象)'이 주는 '머무름(留)'의 가치를 통해 외연의 시뮬라크르(순간적인 것, 지속성을 가지지 않는 것, 혹은 복제)로 대표되는 현대인의 삶에,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餘裕)'라는 이정표를 제시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송근영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동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성균관대학교에서 예술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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